파란 지붕 아래 살며 일신의 영화를 도모하시는 어느 장로님을 볼 때면, 정말 천국이 있고 저 양반도 그곳으로 가는 것일까 오싹해진다. 특정 종교를 깎아내릴 생각은 없다. 다만 종교에 헌신적인 국가가 도덕적으로 훌륭하고 경제적으로 번영할 수 있다는 종교 지도자들의 설교를 들을 때마다 그게 사실일까 의심하게 되는 현실을 살고 있다.
종교와 사회의 관계를 사회과학적 시선으로 밝히는 필 주커먼의 <신 없는 사회>는 그 어떤 나라보다 비종교적인 두 국가, 스웨덴과 덴마크의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하고 그 맥락을 짚어내려는 시도다. 종교를 불신하고 배척하는 태도가 아니다. 특정 종교의 교리를 따라 살지 않을 뿐이다. 결혼식은 교회에서 한다, 전통이니까. 아이를 낳으면 세례를 받게 한다, 노모를 위해서. 하지만 죽은 뒤에 천국이 있다고 믿지 않으며, 지도자를 선출할 때 어떤 종교를 믿는지에는 아무 관심이 없다. ‘불신지옥’을 믿는 사람들에게 스웨덴과 덴마크는 가장 ‘죄가 많은’ 곳인데, 알려진 바와 같이 그 두 국가는 종교를 앞에 내세우는 어떤 나라보다 살기 좋기로 유명하다. 범죄율은 낮고, 평균 소득은 높으며, 동성애자의 결혼이 가장 먼저 합법화되었고, 낙태 권리에 대해서 세계 어느 민족보다도 관용적이다. 정작 신앙심을 자랑스레 내보이는 미국에서는 총이 범람하고, 매주 사형선고가 이루어지고, 수많은 어린이와 임신부가 기본적인 건강보험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정신병 환자들은 길거리에 방치돼 있고, 선진국 중 빈곤율이 가장 높다.
종교를 믿는지의 여부가 도덕성을 가르는 잣대가 될 수 없음을, 다종다양한 직업과 나이, 경제적 계급의 사람들의 목소리를 통해 들으면 합리적인 개인주의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날 수 있다(참고로 종교를 믿는 사람과 믿지 않는 사람을 두루 인터뷰했다). 종교가 없이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고, 타인에게 열린 태도를 취할 수 있다. 그리고 담담하게 생을 끌어안을 수 있다. “사람들은 뭔가 특별한 의미를 찾으려고 하지만 우리는 그냥 태어나서, 살다가, 죽는 거예요. 잘 살다 가는 사람도 있고, 불행하게 살다 가는 사람도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