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비 쿠시 카비 감> 박스오피스 순항중, 주류 영국영화계로 진입할까 관심<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과 <반지의 제왕>, 두 원작소설의 고향인 영국에서도 두 영화의 흥행 각축은 치열하다. 두 영화가 나란히 1, 2위를 다투고 있는 최근의 영국 박스오피스 순위를 따라 내려가다보면, 그렇고 그런 할리우드영화 틈에서 낯선 제목의 영화 한편을 발견할 수 있다. <카비 쿠시 카비 감>(Kabhi Kush Kabhie Gham, 일명 K3G)이 그것이다.지난해 12월14일, 영국 42개관에서 개봉한 이 영화는, 인도영화로는 전례없이 높은 박스오피스 순위인 3위로 출발해 개봉 3주째인 1월 초순 현재, 흥행 순위 7위를 달리고 있다.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인도계 이민 인구가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영국이지만, 인도영화는 주로 이들 이민자들의 주거 비율이 높은 지역의 소규모 영화관에서만 제한적으로 개봉돼왔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소수의 비주류 영화로 치부돼왔다. 지난해 10월 영국에서 개봉된 역사대하영화 <아쇼카>는, 방대한 스케일과 인도의 최고 인기 남자배우인 샤 루크 칸과 여자배우 카리나 카푸르를 내세워 영국의 일반관객을 공략하려 했으나, 영국 박스오피스 상위에 진출하는 데는 실패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 덕분인지, <K3G>의 감독 카란 조하르의 전작 <쿠치 쿠치 호타 하이>(Kuch Kuch Hota Hai, 1998)의 성공과 인기 덕인지, 재미는 있지만 별로 독창적이지 않다는 <K3G>는 상업적인 성공과 함께 인도영화의 주류 영국영화계로의 진입가능성을 보여주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인도영화치고는 긴 210분의 상영시간을 가진 이 영화는 입양된 아들, 보수적인 가치를 신봉하는 아버지, 허락되지 않은 로맨스와 결혼을 둘러싼 가족멜로영화다. 인도영화인 만큼 노래와 춤 역시 이 영화의 빠질 수 없는 즐길거리. 역시 인도의 최고 스타인 샤 루크 칸이 출연하고 있으며, 연대별로 가장 인기있는 배우 3세대가 출연한 것만으로도 이미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인도뿐 아니라 영국, 이집트에서도 촬영된 이 영화의 묘미는 슬픔, 기쁨, 웃음 등 인간사의 모든 감정들을 유치할 만큼 감상적으로 표출하면서도 관객의 감정을 마음대로 주무른다는 데 있다.구태의연한 인도영화의 클리셰들과 깜찍하고 신선했던 전작 <쿠치 쿠치 호타 하이>의 여러 요소들을 가져다 썼지만, 뻔히 알면서도 속는 것처럼, 남의 눈 의식하지 않고 솔직하고 단순하게 울고 웃을 수 있는 영화라는 것이 중평이다. 감독인 카란 조하르는 이 영화를 한마디로 `부모를 사랑하는 것`에 관한 영화라고 요약했다. 인도와 영국뿐만 아니라 캐나다, 미국 등지에서도 동시 개봉한(주로 인도영화 전용 상영관에서지만) <K3G>는 인도영화 사상 초유의 650벌 프린트를 제작, 배급됐다.런던=이지연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