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화보와 런웨이를 활보하는 모델들을 보고 있노라면 누구라도 한번쯤 모델이 되는 상상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14살에 데뷔해 패션 모델로 왕성히 활동했던 사라 지프는 이런 상상을 현실로 펼쳐놓은 듯 자신과 동료 모델들의 일상을 5년에 걸쳐 카메라에 담았다. 그들의 세계는 우리가 상상했던 그대로 별천지를 연상시킨다. 도나 카란, 마크 제이콥스 등 유명 디자이너들의 옷을 걸치고 런웨이를 걷는 그녀들의 모습은 우리가 봐왔던 화보 속 모습처럼 신비롭고 아름답다. 여기에 톱모델 헤더 막스,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 칼 라커펠트 등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것은 이 다큐멘터리의 잔재미다. 하지만 사라 지프가 일상에서 건져올린 이야기는 눈요기에 그치지 않는다. 사라 지프와 그녀의 남자친구 올리 셀은 우리가 ‘모델’이라는 단어와 이미지에서 떠올리는 화려함보다 그 이면에 초점을 맞췄다. 어린 나이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입 그러나 짧은 직업의 수명, 화려한 런웨이 뒤 전쟁을 연상시키는 백 스테이지, 누가 봐도 상당히 마른 몸이지만 더 마르고 더 어려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모델계의 생리가 그것이다. 결국 그들이 전하는 자신들의 현재는 아름답지만 단 한순간에 사라지는 불꽃놀이와 다름없다. 그렇기에 한치 앞도 점쳐볼 수 없는 그들의 고충은 보는 이들에게 더욱 생생하게 다가온다. 좀더 심도 깊은 이야기가 진행됐다면 부족함이 없었겠지만 여러 주제를 가지고 챕터별로 진행되는 인터뷰 탓에 다소 산만하다는 감상을 주는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사라 지프와 올리 셀은 모델계의 어두운 면면을 가감없이 끌어냈다는 평을 받으며 2009년 밀라노 패션 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