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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지나간 사랑에 고개를 돌릴까 <리그렛>
송경원 2012-04-18

가히 첫사랑 열풍이다. 그러나 <리그렛>은 첫사랑의 풋풋한 추억을 털어놓는 대신 우연히 재회한 옛사랑과 다시 시작된 만남을 통해 후회와 집착, 그리고 욕망의 모호함을 까발린다. 파리에서 건축사무소를 운영하는 매튜(이반 아탈)는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소식에 오랜만에 고향을 방문한다. 병원을 나서는 길에서 우연히 15년 전 헤어졌던 첫사랑 마야(발레리아 브루니 테데스키)를 만난 그는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 듯 집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이내 마야에게서 전화가 걸려오고 한달음에 그녀에게 달려간다. 첫사랑 그때처럼 다시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은 서로의 몸을 탐닉하며 불륜에 빠져든다.

형식적으로는 불륜이지만 위험하게 끈적거리진 않는다. 매튜와 마야의 관계는 첫사랑 그 시절에 가깝게 풋풋하면서도 열정에 가득 차 있다. 불륜에 대한 죄의식이나 두 사람이 서로를 모른 채 살아왔던 지난 15년간의 이야기 따윈 이 영화의 관심사가 아니다. 욕망에 얽힌 인간 심리와 반응을 조밀하게 포착하는 걸로 정평이 나 있는 세드릭 칸 감독은 두 남녀가 느끼는 현재의 감정에 초점을 맞춘다. 이성적으로는 거부하면서도 상대의 몸에 이끌려 서로를 탐닉하는 두 남녀는 그리움과 집착, 후회와 육체적 갈망으로 뒤섞여 종국엔 자신이 진정 욕망하는 것이 무엇인지조차 헷갈린다. 전작 <권태>만큼 농도가 짙진 않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중요한 것은 몸으로 나누는 대화다. 첫사랑이란 이름의 채워지지 않는 갈망을 과거의 기억과 환영이 아닌 눈앞의 육체를 통해 재현하는 이 영화는 ‘우리는 왜 지나간 사랑에 고개를 돌릴까’에 대한 현재형의 대답이기도 하다. 다소 선정적인 소재임에도 속도감있는 편집과 상황을 과장하지 않는 깔끔한 화면, 두 주연배우의 흡입력있는 연기가 관객을 거부감 없이 그들의 고뇌에 동참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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