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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진의 미드 앤 더 피플] 팝가수만이 할 수 있는 것
안현진(LA 통신원) 2012-04-13

<스매시>의 캐서린 맥피

사망 50주기를 맞은 마릴린 먼로를 기리는 대열에 TV도 합류했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하고 <NBC>에서 2012년 2월 방영을 시작한 TV시리즈 <스매시>(Smash)다. 제목은 ‘대성공, 대박’을 뜻하는 말로, 마릴린 먼로의 일대기를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만드는 과정을 그린다. 쇼비즈니스의 시각에서 할리우드의 섹시 아이콘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요즘엔 리바이벌 아니면 영화 원작이 대세야. 왜 새로운 작업은 안 하는 거지?” 완전히 새로운 오리지널 뮤지컬을 만들려는 작가 줄리아 휴스턴(데브라 메싱)이 자조적으로 내뱉는 이 대사는, 전반적으로 오리지널리티가 부족한 쇼비즈니스에 <스매시>가 대담하게 내민 도전장이다. 그렇다고 <스매시>가 완전히 새로운 건 아니다. 이 드라마를 누군가에게 소개하라고 하면 아마도 “성인 버전의<글리>”라고 말할 것 같다. 오하이오 소도시 출신의 고등학생이 공연을 펼치는 <글리>와 브로드웨이의 중심인 뉴욕에서 뮤지컬이 만들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스매시>는 뮤지컬이라는 형식을 제외하면 꽤 다른 이야기이지만, 노래와 춤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형식상의 공통점이 많기 때문이다.

영화라면 길어야 2시간30분 안에 뮤지컬 한편을 완성시켜야 하지만 시리즈라는 장점을 가진 <스매시>는 뮤지컬 작품 한편이 만들어지는 동안 일어나는 사건과 사고를 매회 에피소드를 통해 풀어낸다. 중심에 놓인 플롯은 세 가지다. 10년 동안 브로드웨이에서 코러스만 불러온 아이비 린(메간 힐티)과 경험은 없지만 재능은 탁월한 카렌 카트라이트(캐서린 맥피)가 마릴린 먼로 역을 놓고 벌이는 경쟁, 작가인 줄리아와 작곡가 톰 레빗(크리스티안 볼), 감독 데릭 윌스(잭 데븐포트)가 티격태격 쇼를 완성해가는 과정, 그리고 제작자인 아일린 랜드(안젤리카 휴스턴)가 투자자를 유치하고 워크숍을 개최하는 등 실제로 쇼를 브로드웨이에 올리려는 고군분투가 있다. 그리고 이 세 플롯은 유기적으로 얽혀 더 많은 이야기를 만든다. 캐스팅 과정에서 감독과 자는 사이가 되어 주도권을 놓고 괴로워하는 아이비, 조 디마지오 역할의 배우와 바람을 피우는 줄리아, 이혼 뒤 갖은 방법을 동원해 뮤지컬 제작을 막으려는 아일린의 전남편 제리 등 흥미진진하게 곁가지가 더해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뮤지컬을 잘 모르는 나의 막귀에도 오리지널 넘버들이 꽤 근사하게 들려서, 드라마의 성공이 뮤지컬로 이어진다면 ‘마릴린 더 뮤지컬’을 라이브로 만나고 싶다는 생각마저 든다.

호흡이 좋은 앙상블 캐스팅에 더불어 닉 조나스, 우마 서먼 등 특별출연마저 탄탄하지만 역시 주인공은 마릴린 역을 두고 경쟁을 벌이는 두 여자, 카렌과 아이비다. 아이오와 출신으로 웨이트리스로 일하며 배우의 꿈을 꾸는 카렌은, 두 번째 에피소드에서 외모에서부터 마릴린 먼로를 연상시키는 아이비에게 밀려 고배를 마시고 코러스 댄서로 쇼에 참가하기로 한다. 실제로 <아메리칸 아이돌> 시즌5 결승에서 차점자로 우승을 놓친 캐서린 맥피의 전사 덕분에 재미가 더하다. 카렌은 마릴린 먼로가 되기 전 노마 진의 순수함과 잠재력을 상징하고, 아이비는 마릴린 먼로의 완벽주의와 아름다움을 상징하도록 배치된 것 같기도 하다. 뮤지컬 배우로 활동해온 메간 힐티는, 뮤지컬 배우 특유의 성량이 큰 발성으로 시원시원하게 노래를 부르고, 팝가수로 활동해온 캐서린 맥피는 좀더 간드러지는 호흡으로 노래를 들려준다. 마릴린 먼로와 싱크로율 0%라는 사실은 좀 걸리지만 개인적으로는 캐서린 맥피가 마지막에 웃는 승자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시련 앞에서 좌절하지 않는 근성의 카렌 캐릭터가 맘에 들어서다. 살이 쏙 빠진 캐서린 맥피가 더 예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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