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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내 남자로 만들고 싶어요

김수현, 이제훈, 유아인, 박유천에게 보내는 사심 가득한 팬레터

정우성과 원빈, 강동원과 조인성으로 규정되던 나날이 있었다. 강동원의 우산 속으로 내가 들어가야 직성이 풀릴 것 같았고, 조인성에게서 전화가 걸려왔으면 하는 부질없는 기대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들 모두는 하나하나 반듯한 마스크, 멋있는 목소리, 눈과 코의 황금비율로 이루어진 결정체이자 멜로의 감흥을 전달하는 매개체였다. 그들에 대한 애정을 훼손할 생각은 없다. 단지 그 자리에 다른 누군가가 새롭게 들어왔다고 해두자. <해를 품은 달>의 카리스마로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만들었던 김수현, <건축학개론>으로 순식간에 우리를 1990년대 초반으로 타임워프시켜주더니 급기야 <패션왕>의 실장님으로 신분상승한 이제훈, <패션왕>에서 미워할 수 없는 뻔뻔함과 자신감으로 상대를 긴장하게 만드는 남자 유아인, 그리고 <성균관 스캔들>의 바른생활 사나이에서 물정 모르는 왕세자로 코믹하게 변신한 <옥탑방 왕세자>의 박유천까지. 장면 하나, 대사 한마디를 흘려보낼 수 없는 남자들. 바로 2012년 지금, 우리를 꼼짝 못하게 하는 드라마 속 잘금 4인방의 매력을 조목조목 분석해보았다.

로맨틱 왕국의 절대자

김수현

그는 올해 1988년생이다. 아무래도 너무 어리지 싶다고 해봤자 그 치명적 매력을 당해낼 재간은 없다. “감히 내 옆에서 멀어지지 마라. 어명이다”라는 이훤의 윽박이 심장을 관통하고, 절대 거역할 수 없는 명이 되어 떨어진다. 액받이 무녀의 연기력 논란이 오히려 이 경우엔 다행이지 싶다. 김수현의 오열 투혼을 딱히 받아쳐줄 상대가 없다는 발빠른 판단, 그 틈을 타 그 순간 차라리 ‘내가 대신 너의 연우 낭자가 되어주리라’고 착각했던 순간들. 온갖 다시 보기 따위 접고 본방사수하겠다는 시대착오적인 충성 서약을 맹세하게 한 드라마 <해를 품은 달> 20부작의 나날이 모두 지났다. 이훤은 가고 김수현은 남았다.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드림하이> <자이언트>에서 자신을 ‘소년과 남자의 사이’라고 경계지었던 김수현은 이제 왕을 거쳐 어엿한 청년이 되었다. <발리에서 생긴 일>의 조인성의 오열을 <파리에서 생긴 일>의 박신양의 카리스마를, <시크릿 가든>의 현빈의 까칠한 부드러움을 한 캐릭터에서 모두 소화해낸 그는 선배 배우들에 비하자면 후발주자지만 현재 로맨틱 왕국의 절대 권력자로 완벽한 세대교체에 성공했다. <해를 품은 달>로 유발된 80억원의 광고 창출은 김수현의 영향력을 입증할 시작에 불과하다. 신기하게도 그는 순수함과 섹시함, 유머와 진지함이라는 양면성을 두루 갖추고 있으며 더군다나 그걸 적재적소에 활용할 줄 안다. 아, 참 악 소리나게 잘하는 연기력은 어디든 덤으로 딸려간다. 이 구성, 김수현이 아니면 어디서도 보기 힘들다.

관전 포인트 ◆ <자이언트>에서의 복근은 접어두자. 복근 따위 개그맨도 만든다. 거부할 수 없는 눈과 입의 선이야말로 김수현의 특별함을 치장하는 도구다. 특히 선으로 이어지던 눈은 눈꼬리 부분에 이르면 명문가가 일필휘지로 한자의 획을 힘차게 끌어올리는 것처럼 한껏 뻗어나가는데, 순수한 미소에 퍼지는 일갈. 곧 섹시함으로 치환될 한줌의 서늘한 기운은 모두 이 작은 삐침의 기호에서 나온다. 너무 매력적이라 성형 의혹까지 받고 있는 입꼬리에 대해서 첨언하자면, 아무래도 올라간 눈이 동시에 입의 라인까지 같이 끌어올리며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바이다.

절대유형 ◆ 잘생기고 똑똑하고 섹시한 것도 다 좋지만 이훤의 핵심은 역시 통치자적인 카리스마였다. 기존 ‘실장’님과 다른 업그레이드 버전의 실장은 결국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를 아프게 했던 모든 이들에게 피의 숙청을 가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카리스마와 승부욕, 지배자의 위용은 이훤을 넘어서 김수현의 캐릭터를 곧장 관통해나가는 키워드다. 순수한 시골 청년이었던 <드림하이>에서조차 꿈과 야망을 놓치지 않으며, <자이언트>의 이성모 역시 죽은 아버지의 원수를 갚겠다는 의지를 불태운다. 바로 김수현의 에너지가 힘을 발휘하는 지점이다.

캡처하고 싶은 순간 ◆ 어디 감히 겁도 없이 오밤중에 “내 옷고름 한번 풀지” 같은 대사를 내뱉는단 말인가. 괘씸하게도 그날 밤 이훤이 잠 못 들게 했던 건 중전이 아니라 시청자였다. 내 주위에 고통을 호소하는 수많은 누님들을 양산한 옷고름 발언 장면은 <해를 품은 달>의 명장면으로 등극했다. 너무 밝히는 거 아니냐고? 천만의 말씀. 이 대사는 잊지 못할 연우 낭자에 대한 아픔, 정치적으로 이용당할 수밖에 없는 자신의 처지를 복합적으로 응축시킨 비장의 한마디였다. 다만, 김수현의 감출 수 없는 섹시함이 그 틈새를 비집고 나왔다는 게 문제였을 뿐.

공략 포인트 ◆ 방법은 단 하나. 연우 낭자가 되는 길밖에 없다. 일편단심의 연심을 품고 8년 동안 곁에 있는 중전과 합방도 하지 않은 이훤이다. 다른 접근 방법이 있으리란 기대는 버려라. 그러니 온갖 흑마술을 동원해 연우 낭자가 되는 걸 권하노라. 그게 가당키나 하냐고? 그러니 절망이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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