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4월22일까지 장소: 유니버설아트센터 문의: 1666-8662
이 작품의 무엇이 가슴을 이토록 뜨겁게 만드는 것인가. 뮤지컬과 판소리. 이질적인 두 요소가 놀랍게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뮤지컬의 근간인 발라드와 록에 녹아든 판소리는 한국인의 정서인 ‘한’을 쩌렁쩌렁하게 울려주었다. 대표적으로 서양음악을 선택한 동호의 길과 우리 소리를 선택한 송화의 길을 교차하며 보여주는 장면. 뮤지컬은 팝과 록, 그리고 판소리를 과감히 조합한다. 그 조합은 불협화음이라는 예상을 깨고 우리 소리의 폭넓은 포용력과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배합과 강약 조율도 능란했다. 판소리를 더 가미했다면 젊은 관객은 지루해했을 것이고, 팝을 더 가미했다면 심심한 뮤지컬이 되었을 것이다.
이청준 작가의 원작이나 임권택 감독의 영화(1993) 그리고 뮤지컬까지. <서편제>에서 ‘길’은 중요한 모티브다. 인물들은 길에서 소리를 찾고, 길에서 헤어지고 상봉한다. 무려 50년의 세월이 다. 뮤지컬에서는 그 공간적, 시간적 한계를 수묵화 같은 무대 연출로 풀어낸다. 겹겹이 이어붙인 한지 위로 투영되는 사계절 영상과 중앙의 회전무대가 50년에 걸친 세 사람의 갈등과 여정을 또렷이 드러낸다.
소설, 영화와 비교했을 때 가장 큰 변화는 동호의 캐릭터다. 뮤지컬에서는 집을 나간 동호가 로커로 성공하는 것으로 설정했다. 동호의 소리는 시대를 함께하는 대중음악을 상징한다. 뮤지컬은 동호를 통해 록과 발라드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들려준다. 동호의 다양한 음악은 송화의 판소리와 만나 새로운 소리의 무대를 연출한다.
긴 여정 끝에 만난 남매가 채우는 마지막 소리가 강렬하다. 북 하나 세워놓고 마주 앉은 남매는 <심청가> 중 ‘심 봉사가 눈뜨는 대목’을 부른다. 동호는 평생 그리워하던 바로 그 소리를 만나고, 송화는 인생과 눈을 바쳐 얻은 자신의 소리를 사랑하는 동생 앞에 펼쳐놓는다. 한과 그리움이 절절하다. 그 안에는 송화를 열연한 소리꾼 이자람의 뜨거운 소리가 있다.
뮤지컬 <서편제>는 ‘우리 것’도 시대와 함께 공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준 작품이다. 바야흐로 한국의 소리 ‘서편제’의 현대적 환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