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참자>는 ‘2010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와 ‘문예춘추 선정 미스터리 베스트10’ 양쪽의 1위에 이름을 올렸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장점은 ‘인간미’와 ‘캐릭터’, 그리고 ‘트릭’의 세 꼭짓점을 이해하기 쉽게 이을 줄 안다는 것. <신참자>가 특히 그렇다. 가가 형사라는 캐릭터는 매서운 형사보다는 선량한 동네 아저씨, 소시민에 가깝다. 보통의 경우에서라면 용의자로 낙인찍혀 매서운 추궁을 당할 사람들이 이 소설에서는 형사와의 대화를 통해 위로받는다. <신참자>는 아홉개의 이야기가 이어지는 연작 단편 구성인데, 이혼한 뒤 혼자 살던 40대 여성 미쓰이 미네코가 목졸려 죽은 시체로 발견된 뒤 최근 관할서를 옮긴 가가 형사가 사건을 수사하며 피해자 주변을 탐문하면서 작은 거짓말과 비밀을 밝혀낸다. 누구나 거짓말을 한다. 살인사건과 관계있는 거짓말은 물론 아무 관계없는 거짓말도 아무렇지 않게 해버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가가 형사는 굳이 필요없는 진실 추적에까지 힘을 기울인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노모가 충격받지 않게 하려고 번거로운 일을 무릅쓴 아들, 겉으로 보기엔 사이가 좋지 않지만 실은 서로를 위한 마음 씀씀이가 예사롭지 않은 시어머니와 며느리, 좋아하지 않는 간식을 자꾸 사오는 남자를 은근히 이용하는 여자…. 가가 형사는 사람들 사이를 물 흐르듯 오가며 오해를 바로잡고 놓칠 뻔했던 추억의 한장을 되살려준다. 많은 이들의 거짓말 사이에서 죽은 여자의 삶과 사연이 점점 또렷해진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여자보다 남자의 심리를 훨씬 잘 알고 있다는 생각은 이번에도 바뀌지 않긴 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