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로 3D영화의 파급력을 전세계에 알린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15년 전 이미 <타이타닉>(1997)이라는 초유의 블록버스터를 만들었다. 과거 대작들을 3D영화로 컨버팅하는 것이 유행인 최근 할리우드에서 그 대상으로 <타이타닉>을 선택한 것은 적절했다. 낭만적 사랑, 인간의 오만과 편견, 죽음과 맞서는 인간 군상 등 소재와 주제에 있어 대중서사의 집대성이라 할 <타이타닉>은 3D영화가 가야 할 길을 이미 오래전 예고한 작품이다.
1912년, 첫 항해를 시작한 타이타닉호는 항해 닷새 만에 승객 1500명을 차가운 바다에 수장시키며 침몰했다. 20세기 내내 이 끔찍한 참사를 둘러싼 에피소드들은 여러 경로로 세계에 퍼졌지만 영화로 만드는 일은 세기말에서야 가능했다. <타이타닉>은 몰락한 귀족 로즈(케이트 윈슬럿)와 가난뱅이 화가 잭 도슨(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운명적인 사랑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20세기 초 사회와 예술에 대한 풍부한 주석을 포함한 대서사극이다. 영화를 다시 보니 변함없이 느껴지는 부분과 새롭게 눈에 들어오는 것들이 교차한다. 여주인공을 능가하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아름다움은 화면 속에서 여전한데 현실의 세월은 흘렀다는 것이 기묘하다. 15년 전에는 젊은 커플의 사랑이 눈에 가득 찼는데 지금은 로즈의 생명력에 이율배반의 감정이 느껴진다. 적어도 로즈는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PTSD) 같은 건 없는 여자 같다. 그런 사랑과 이별을 하고도 다른 남자와 결혼해 자식 낳고 100살까지 건강하게 산 것을 보면 말이다. 처음 보든 다시 보든 충분히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