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작업하는 동료들에게 주는 격려상 아닌가요?” 인디다큐페스티발2012가 ‘올해의 다큐멘터리’로 뽑은 작품은 김정근 감독의 <버스를 타라>다. 3월28일 영화제가 끝난 뒤 곧장 부산으로 내려간 김정근 감독은 “장면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을 하지도 못하고 카메라를 들이대기 바빴다”는 말로 뜨거웠던 지난해 여름을 기억했다. “2010년 10월부터 파업에 돌입한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을 찍었다. 그때 내 관심은 노동자들은 왜 자신들의 문제를 풀지 못하는가였다. 그런데 부산의 오래된 영상공동체인 평상필름의 권용협 대표님이 희망버스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것이 어떻겠냐고 조언해주셨다. 희망버스의 시대적 의미를 누군가는 기록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노동운동이 관성화됐다고 하는데 그건 세상으로부터 고립됐기 때문이다. 희망버스는 고립된 노동운동을 시민들이 연대해서 구출해낸 사건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지난해 8월부터 희망버스로 초점을 옮겼다.”
김정근 감독에게 한진중공업은 절망의 습지인 동시에 희망의 거처다. 한진중공업이 아니었다면 카메라를 들고 투쟁 현장을 찾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20대 초반에 사회단체에서 상근활동가로 일한 적 있다. 그때 한 선배가 카메라를 만질 줄 아는 사람이 너밖에 없으니 한진중공업 사태를 기록해서 인터넷에 올려달라고 부탁했다. 사안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었고, 게으름을 피우면서 촬영을 뒤로 미뤘다. 그런데 일주일 뒤에 김주익 열사가 타워크레인 85호에서 정리해고에 반대하며 목을 맸다.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의 비극은 그 뒤 내게 갚을 수 없는 부채로 남았다. 앞으로 어떤 일이 있어도 이러한 비극은 반복돼선 안된다는 마음으로 <버스를 타라>를 시작했다.” 사쪽이 정리해고 노동자들의 재고용을 약속하고,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의 고공 농성이 끝나면서 한진중공업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김정근 감독은 한진중공업 크레인에서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다. “과연 11월10일에 정리해고됐던 노동자들이 다시 복직을 할 수 있는지, 아니면 또다시 사쪽이 약속을 뒤집어엎고 다시 싸워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