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정치다. FTA 문제가 노무현 정부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이 시사하는 바를 잘 생각해봐야 한다. ‘노무현 FTA는 좋은 FTA이고, 이명박 FTA는 나쁜 FTA’라는 주장을 펴는 일은 어불성설일뿐더러 위험하다. 장하준, 정승일, 이종태의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는 우파 신자유주의가 마음에 안 든다고 좌파 신자유주의로 갈 위험을 경고한다. 진보를 자처하는 이들이 보수진영 못지않은 ‘웃기(지도 않)는 짓’ 580종 퍼레이드를 보여주고 있는 와중에 4월11일 총선이 다가오고 있다. 진보진영의 정치인들과 진보를 자처하는 유권자들이 갖고 있는 ‘진보’라는 개념에 대한 가치판단이 사뭇 다르다는 사실이 입증되는 매일의 뉴스를 봐야 하는 상황만으로 충분히 골치아픈데,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는 먹고살 궁리가 더해진다. 이번 총선과 나아가 대선이 유권자의 ‘먹고사니즘’이 이념과 계급을 뛰어넘은 환상의 응집력을 보였던 지난 대선의 판박이가 되지 않게 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아니, 근본적으로 진보와 보수가 경제정책에서 얼마나 다른가, 정말 다르긴 한가.
경제는 어렵다. 신문 경제면을 보고 있자면 대기업이 나쁜 것 같긴 한데 어떻게 해야 상황이 나아질지는 모르겠다.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는 총선-대선 정국을 코앞에 둔 정당들의 경제 관련 정책을 들여다본다. 이 책을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는 사람은 일간지 경제면을 읽고 추론해 그 숨은 뜻과 그 영향을 파악하는 데 약한 이들이다. 이 책을 읽는 과정에서 자신이 뜻밖에 친재벌적인 보수 성향의 유권자임을 깨닫게 되는 사람도 적지 않으리라는 뜻이며, 또한 정치적 진보성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독자일수록 이 대담자들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다. 예컨대 현재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재벌 규제 강화는 결과적으로 사모펀드와 투자은행 같은 월스트리트 금융 자본에 잔칫상을 차려줄 뿐이라고 지적하며 그 대안으로 부자 증세와 대기업 법인세 증세를 내놓는 식이다. 정치인의 경제 정책 공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대담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