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이닝>과 <이블 데드>를 동경하며 자란 감독이 저예산 공포영화를 만든다면? 아마 <데드 앤 곤> 같은 영화가 나올 거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롤모델이 되었을 걸작들에 많이 못 미치는 작품이지만, 고립된 숲속의 집, 미쳐가는 남편, 그의 환상 속에 등장하는 초자연적인 존재들은 영락없이 그 두 영화를 연상케 한다. 혼수상태에 빠진 부인과 외딴 오두막에 사는 남자가 <데드 앤 곤>의 주인공이다. 유명하고 부유한 영화감독이었던 부인 프랭키(캐서린 베이츠)가 지방흡입수술 부작용으로 혼수상태에 빠지자, 잭(쿠엔틴 존스)은 인공호흡기에 몸을 의지한 부인과 함께 고립된 집에서 서서히 몰락해간다. 그러던 어느 날, 잭에게 이상한 광경이 보이기 시작한다. 죽은 자들이 집을 배회하는가 하면, 혼수상태인 부인이 잭에게 말을 걸고 움직이는 모습이 보인다. 괴이한 환영이 잭을 사로잡으며 그는 부인이 자신을 기만하기 위해 코마상태인 척 연기를 한다는 착각에 빠진다.
저예산과 조악한 특수효과라는 단점을 상쇄하기 위한 <데드 앤 곤>의 전략은 MTV 스타일의 빠른 편집과 현란한 살육장면이다. 영화는 잭이 광기에 물들어가는 모습을 지난하게 보여주다 마지막 30분을 통해 피의 향연을 벌인다. 도끼를 휘두르는 주인공과 사방에 튀는 피, 좀비들의 살점이 스크린을 물들인다. 이 과정에서 호러영화로서의 어떤 새로움이나 장르적 즐거움을 찾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감정을 이입해야 할 주인공의 행동에 설득력이 떨어지고, 영화의 정서에 중요한 역할을 해야 했을 공간에 대한 활용도도 낮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데드 앤 곤>은 몇몇 장면에서 실소를 자아내고 몇몇 장면은 다소 오싹한, 보통의 저예산 공포영화가 되어버렸다. 감독 요시 새슨이 의도했던 바가 이러한 결과는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