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가 끝나갈 즈음, 가장 최근의 사진 한장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기자에게 가볍게 농담 하나를 건넨다. “너무 젊었을 때 사진으로 보낼까봐 걱정하시나봐요. (웃음)” 뭐랄까,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농담으로 대화를 마무리할 줄 안다는 느낌이다. 올해부터 서울국제여성영화제(4월19~26일)에서 일하게 된 홍소인 프로그래머의 화법이 그렇다. “2회 때 자원활동을 하며 처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와 연을 맺었다. 당시에 영화제 내부에서 제작하는 데일리 뉴스 기자도 했다. 그 뒤에 여성영화를 공부했고 여성영화제 국제포럼 부문의 코디네이터도 했다. 그리고 지금 프로그래머로 다시 오게 됐다. 사실 여성영화제뿐만 아니라 영화제라는 곳이 박봉의 일에 가까운데, 우리 영화제의 경우에는 페미니즘에 관심이 있는 젊은 친구들의 특수한 열정이 있어서 가능한 것 같다. 예전에 자원활동을 할 때는 ‘프로그래머들 도대체 왜 저래?’ 그랬는데 지금 그 자리에 있으려니 쉬운 선택이 없다. (웃음)” 말은 쉽지 않았다고 하지만 결실은 많은가 보다. 올해 영화제 이야기로 접어들자 술술이다. “백인 여성들의 사회에서 지금은 여성의 사회적 진출과 평등이 얼마간 이뤄졌다고 말해지고 있다. 하지만 그 후속 세대는 살아가며 다르게 느끼는 것 같다. 특히 중산층 여성의 섹슈얼리티 문제가 그러한데, 그들은 겉으로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사실은 소통이 안되는 느낌을 받는 경우가 많다. 한편, 폭력적인 시대를 어떻게 사유화할 것인가를 주목하는 여성감독들의 작품도 대단히 많았다. 희망을 조직하고 저항을 조명하는 그런 다큐멘터리들. 멕시코 여성영화 특별전도 열 텐데, 멕시코의 뛰어난 젊은 여성감독들의 영화, 일종의 여성들의 로드무비라고 할 만한 작품들이 많다.” 이게 올해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어떤 중요한 기조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답한다. “어쩌나? 기자회견도 하기 전인데 너무 많이 말했나보다. 홍보팀한테 또 혼나겠다. (웃음)”며 본인은 걱정했지만, 우린 열정 많고 친절한 프로그래머 덕분에 흥미로운 소식들을 먼저 들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