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책은 길고도 다채로운 변천사를 가졌다. 90년대 초반에는 <세계를 간다> 시리즈가 바이블이었다. 일본 책을 중역했네 지도가 안 맞네 해도 대안이 없었다. 90년대 중반이 지나 배낭여행이 활성화되면서 가이드북이 하나씩 늘었고 2000년대는 여행에세이의 전성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직장에 사표를 쓰고 1년쯤 살다온 런던, 뉴욕, 파리 이야기라든가 하루에 1달러로 생활하는 타이, 베트남, 인도 이야기라든가 쇼핑을 위해 떠난 도쿄, 홍콩, 뉴욕 체류기라든가. 워낙 책이 많이 나오니 읽을 만큼 읽었다고 생각해도 떠나고 싶은 마음이 없어지지 않는 한 여행에세이라는 장르는 늘 봄볕 드는 양지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생각하게 된다.
<열대식당>은 타이, 베트남, 인도네시아, 미얀마에서 먹은 이야기를 모았다. 매연 그득한 길거리에서 사먹는 화려한 맛(달고 시고 매운)의 한 접시가 얼마나 매혹적인지, 그 후끈한 공기까지 담아내려고 노력했다. “순전히 먹기 위해 방문하는 사람도 있다”는 본문의 말은 여행과 맛의 궁합이 여행의 성패를 가른다고 믿는 식도락가들에게는 의미심장한 경구.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 최근 은근하게 인기를 끄는 발리의 우붓에는 무려 파리의 르 코르동 블루 요리학교를 졸업한 셰프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이 있다고 한다. 열대와 최고급 프렌치의 조화는 글부터가 아찔한 향을 내뿜는다.
친환경 여행으로 주목받는 자전거 여행도 이제 일본으로, 미국으로, 쿠바로, 베트남으로 그 기세를 넓히더니 핀란드에도 도착했다. <우리 딱 한달동안만>은 직장을 그만두고 자전거로 한달, 핀란드를 여행한 두 남녀의 이야기.(춥다고만 생각하는 핀란드에서 수영을 하거나 유일한 교통수단인 자전거를 도둑맞았을 때의 상황이 라이브로 펼쳐진다). 남과 다른 여행, 그중에도 핀란드 여행을 꿈꾸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