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마을이 끝내 화염에 휩싸였다. 제주도지사까지 만류했으나 폭파는 멈추지 않는다. 당장 공사가 급해서가 아니다. 4·11 총선 전까지 되돌릴 수 없는 상태로 만들어놓을 심보이다. 이 정권은 온 국토를 깨고 부수며 시작해서 깨고 부수며 마무리할 모양이다. 파업 중이라 제대로 보도되진 않지만 TV 뉴스 화면에서 들리는 굉음이 가슴을 친다. 이런저런 사유로 보상비를 받고 강정마을을 떠난 주민들도 눈물을 흘린다고 한다. 대체 이 업보를 어떻게 갚으려나.
전국이 몸살을 앓고 있다. 전남 해남에서는 한 다국적 기업이 화력발전소를 짓겠다며 지역 주민들에게 뭉칫돈 보상을 약속해 찬성 동의서를 받았다고 한다. 한전에 전기를 공급하겠다는 이 홍콩계 업체는 사업비의 1.5%인 지역발전기금 1140억원을 44개 마을 2200가구에 현금으로 나눠주겠다고 나섰다. 국가 기간산업인 전력산업이 외국계 업체의 ‘돈질’에 좌우되게 둬야 하나. 그들은 뿌린 이상 거두려 할 것이다. 또 발전소 온배수가 흘러들면 해남·신안·진도·목포 앞바다는 죽은 바다가 된다. 화력이나 원자력같은 대용량 발전시스템에 의존하는 한 이런 검은 그림자를 거둬낼 길이 없다. 부추기는 자들은 누구인가.
“원전을 폐기한다면 전기료가 40% 올라야 한다.” 원전 확대를 주창하는 대통령의 주장이다. 오케이. 40% 올려다오. 대신 폐기해다오. 싸고 위험한 전기 펑펑 쓰는 대신 비싸고 안전한 전기 아껴 쓰겠다. 대안에너지포럼이 내놓은 탈핵 시나리오를 보니 얼마든지 실현 가능하다. 지금 건설중인 원전 5기만 짓고 신재생에너지에 투자하면 원전 비중을 확대하려는 정부 계획에 견줘 비용은 고작 4% 늘어난다. 원전 건설을 당장 중단해도 비용 증가는 15% 남짓. OECD 국가 평균 수준으로만 1인당 전력 사용량을 줄이면 발전비용도 최대 75% 수준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고용유발 효과도 크다. 이 좋은 길 마다하고 원전족(토건족과 사촌지간)의 이해만 따르다니. 게다가 “내 목표는 원자력 5대 강국에 들어가는 것”이라니.
대체 나한테 왜 이러세요. 내 새끼한테까지 왜 이러세요. 폐기물 처리 기술도 없는 마당에 그 위험과 부담을 다음세대에 떠넘기면서까지 휘황찬란하게 살 생각 전혀 없어요. 그리고 칠순 넘은 당신의 ‘목표’보다 일곱살 된 내 아이의 미래가 더 중요해요. 으허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