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28일, 우리는 하정우를 방문했다. 이날의 대화는 외견상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의 전성시대>(이하 <범죄와의 전쟁>) 커버스토리 이후 약 두달 만의 재회지만, 숨은 맥을 짚자면 2008년 늦가을 <국가대표> 촬영현장에서 이루어진 ‘김혜리가 만난 사람-하정우’에 이어지는 속편이었다. 3년3개월 전 무주에서 우리는 그의 데뷔부터 <멋진 하루>까지 연기에 대해 1박2일 일정으로 이야기했다. 이후 하정우는 기관차의 호흡을 유지하며 어느덧 6편의 장편영화 주연작을 세상에 내놓았고 (<잘 알지도 못하면서> 등 짤막한 출연을 포함하면 9편) 류승완 감독의 <베를린> 크랭크인을 한달 남겨둔 지금이 기자와 다시 마주 앉아 그간 행보를 정리하기 적절한 시점이라고 느꼈다. 허투루 시간을 흘려보내기 싫어해 줄곧 스스로를 적당히 바쁘게 몰아세우지만 동시에 급류에 휩쓸려 손아귀에서 방향타를 놓치는 낭패가 없도록 주의를 기울이는 이 배우는 누군가에게 이야기하는 행위를 통해 좌표를 확인하고 머릿속 서랍을 정돈하고 싶은 것처럼 보였다. <범죄와의 전쟁>과 <러브픽션>이 극장가에서 ‘동시상영’ 중인 데다 신작을 위한 훈련으로 긴장된 일과를 보내고 있는 하정우가 무리함을 무릅쓰고 허락한 시간과 공간 안으로 우리는 조심스레 발을 들여놓았다. 언제나처럼 그는 ‘좌절’을 안기는 인터뷰이였다. 특이한 것은 좌절의 이유다. 나름 아무리 준비를 해가도, 대화를 향한 하정우의 흔쾌한 의욕과 이례적인 개방성은 기자로 하여금 “내가 좀더 노력했더라면 그는 더 많은 것을 들려줄 태세가 돼 있었는데…”라는 자책과 회한을 품고 집으로 돌아가게 만들기 때문이다. 많이 생각하고 성실히 연기하고 오래 반성하는 배우는 하정우만이 아니겠지만 어쩌면 직업적 비밀의 영역에 속할 그것들에 대해 기꺼이 흉금을 터놓고자 한다는 점에서 하정우는 희귀하다. 하 배우와 함께한 ‘2012년 2월28일’이라는 단편영화는 세개의 장면들로 이루어졌다.
2012년 2월28일, 하정우와 함께한 멋진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