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 6월3일까지 장소: 샤롯데씨어터 문의: 1588 - 5212
놀라운 도전이다. ‘소설과 영화의 위대한 감동’을 뮤지컬 무대 위에서 재현하겠다니. <닥터 지바고>가 뮤지컬로 재탄생했다. 웨스트엔드나 브로드웨이 작품이냐고? 한국, 호주, 미국 프로듀서의 공동 프로젝트다. 지난해 호주에서 첫선을 보였고, 국내 초연 무대다. 이후 웨스트엔드, 브로드웨이 공략을 앞두고 있다.
라라를 사랑하는 세 남자 유리 지바고와 파샤/스트렐니코프, 코마로프스키, 그리고 유리를 사랑하는 두 여자 라라와 토냐. 2부 초반, 이들 다섯이 한 무대에서 노래하는 <Love Finds You> 장면은 뮤지컬 <닥터 지바고>를 단적으로 설명한다. 상대를 향한 애틋함을 담은 오중창은 뮤지컬이 격변의 시대배경보다는 사랑 이야기에 집중했다는 것을 드러낸다. 그러나 주인공인 지바고와 라라의 사랑이 왜 절절한지 이해하기 어렵고, 세 남자의 사랑을 동시에 받는 라라의 매력도 충분히 묘사되지 않았다. 또한 속물인 코마로프스키 변호사의 라라를 향한 순정과 파샤가 어떤 방식으로 라라를 끝까지 사랑했는지는 극 마지막에 설명조로 들려줄 뿐이다. 인물들의 입체감은 희미해졌고, 뮤지컬의 주제인 사랑은 힘을 잃었다.
경사진 무대는 인상적이며 음악은 유려하고 세련됐다. 그럼에도 비극적 운명에 휘말린 지바고의 회한이, 라라의 애절함이, 파샤의 분노가 가슴팍을 파고들지 못한 채 주변을 서성거렸다. 조승우란 빅카드조차 공연의 지루함까지 덜어내기엔 역부족인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