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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달라붙는 섬뜩함 <화차>
이주현 2012-03-07

결혼 한달 전 약혼녀가 사라진다. 선영(김민희)을 찾기 위해 문호(이선균)는 그녀의 집에 가보지만 급하게 이사한 흔적이 역력한 집 안엔 지문조차 남아 있지 않다. 문호는 전직 형사인 사촌형 종근(조성하)을 찾아가 도움을 청하고, 종근과 문호는 선영의 행적을 쫓다가 이상한 점들을 발견한다. 강선영으로 살았던 그녀는 실은 강선영이 아니라 차경선이었으며, 정작 진짜 강선영은 증발해버렸다는 것. 양파껍질처럼 한겹 벗기면 또 다른 진실이 한겹 드러나는 형국에서 문호는 무엇이 진짜 그녀의 모습인지 점점 혼란스러워하고 종근은 문호의 약혼녀가 단순 실종사건이 아니라 살인사건과 관계되어 있음을 직감하고 수사에 집중한다.

<화차>는 미야베 미유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문호는 소설에는 등장하지 않는 새롭게 창조된 캐릭터인데 문호를 중심 인물로 내세운 이유를 변영주 감독은 이렇게 설명한다. “원작의 주인공 혼마 형사와는 다르게 사건의 중심인물인 그녀를 사랑하며 그녀를 잘 알고 있다고 스스로 믿는 사람을 이야기의 축으로 놓게 된다면 해석의 영화가 아니라 체험의 영화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관객은 문호와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당혹스러운 감정에 휩싸였다가 점점 공포스러운 현실을 ‘체험’하게 된다. <화차>를 감싸고 있는 섬뜩한 공기는 동정할 수도, 그렇다고 사악한 괴물이라고 몰아붙일 수만도 없는 차경선이란 여자에게서 비롯된다. 신비로움을 간직한 배우 김민희의 연기는 그 경계에서 빛을 발한다. 극장문을 나서고도 그 섬뜩함은 오랫동안 들러붙어 있는데,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는 변영주 감독의 의도는 성공한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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