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리의 도시락>의 제목을 조금 길게 풀어 바꾸면 ‘스탠리와 친구들의 도시락 사수 대작전’쯤 될 것이다. 스탠리(파르토 A. 굽테)는 반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다. 이야기를 재밌게 하는 재주가 있고 춤과 노래에 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스탠리의 얼굴엔 언제나 멍이 들어 있고 점심시간이 되면 수돗물로 배를 채우기 일쑤다. 한편 이 학교에는 후각과 미각이 특히 발달한 베르마 선생(아몰 굽테)이 있다. 베르마 선생은 도시락을 싸오지 않는 스탠리를 늘 탐탁지 않게 여긴다. 보충수업이 시작된 뒤 어느 날, 스탠리의 같은 반 친구인 아만(누만 쉐이크)이 4단 도시락을 싸오자 베르마 선생은 그것을 자기 것인 양 게걸스레 먹어치운다. 그것도 하루이틀이지, 도시락을 빼앗겨 뿔이 난 스탠리와 친구들은 도시락을 사수하기 위해 작전을 펼친다. 그러나 아이들이 자신을 농락한 것에 화가 난 베르마 선생이 급기야 스탠리에게 “도시락을 싸오지 않을 거면 학교에 나오지도 말라”는 말을 내뱉자 스탠리는 마음에 큰 상처를 입는다.
<내 이름은 칸> <세 얼간이>처럼 <스탠리의 도시락>은 인도영화에 익숙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호소할 만한 구석이 많은 영화다. 이야기는 비교적 단순하고, 주제의식도 분명하며, 클라이맥스엔 어김없이 춤과 음악이 등장해 감정을 고조시킨다. 인도영화답게 음악의 사용이 눈에 띄는데, 배경음악의 가사에 메시지를 실어나르는 방식이 반복적으로 사용된다. 수돗물로 배를 채우는 스탠리의 모습 위로 “이 세상에 또 한명의 스탠리가 숨어 있을까”라는 가사가 얹히고, 친구들이 스탠리에게 도시락을 나눠주는 장면에선 “인생은 단순한 것. 국수가락처럼 이어진 우정만 있다면”이라는 가사가 흐르는 식이다. 촌스럽긴 하지만 노래의 힘과 직접화법의 힘은 꽤 묵직하다.
사회적인 이슈를 코미디와 감동 코드로 풀어내는 것도 요즘 인도영화에서 눈에 띄는 현상이다. <스탠리의 도시락>에선 빈부격차 문제와 함께 인도사회에 만연한 아동노동 문제를 건드린다. 영화의 3분의 2 지점이 흐를 때까지도 스탠리의 가정 형편은 ‘암시’만 될 뿐 설명되지 않는다. 그러다 스탠리가 합동 콘서트 무대에 학교 대표로 나가게 되고 작은 성취의 기쁨을 맛보면서 이대로 해피엔딩이 되려나 싶은 순간 관객의 뒤통수를 내리치듯 스탠리의 현실을 보여준다. 스탠리가 왜 남들보다 빨리 등교를 하는지, 왜 도시락을 싸오지 못하는지에 대한 상세한 주석이 달릴 땐 도리없이 가슴이 먹먹해진다. 마지막까지 숨겨둔 ‘한방’이 제대로 관객의 가슴에 파문을 일으킨 셈이다. 플롯은 전략적으로 짜여졌지만 이 모든 걸 소화해낸 아이들의 연기는 전혀 계산된 것이 아니다. 연기 경험이 전무한 아이들이 보여준 연기는 이것이 현실인지 영화인지 헷갈리게 만든다. 베르마 선생을 연기한 아몰 굽테 감독의 연기 또한 나무랄 데 없다. 참고로, 인도 음식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아이들이 도시락 뚜껑을 열 때마다 두눈이 번쩍 뜨일지도 모르겠다. 식전 관람은 피하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