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라니 맙소사. 이게 어째서 전쟁인 거죠? =저처럼 매력적인 여성을 사이에 두고 벌이는 싸움이라면 충분히 전쟁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도 있지 않겠어요?
-제 의구심이 바로 그겁니다. 그러니까 지금 리즈 위더스푼양을 사이에 두고 톰 하디와 크리스 파인이라는 잘생기고 매력적이고 몸매 끝내주는 두 젊은 남자가 전쟁을 치르고 있단 말이죠. 대체 왜…. =기자님의 미적 기준에 선전포고를 내릴 수밖에 없네요. 꼭 전형적으로 예뻐야 매력적인 여자인 건 아닙니다. 인간의 매력에는 육체적인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두뇌용량, 취향, 태도 등 여러 가지 분자가 필요하게 마련이에요.
-영화적으로 예를 들자면요? =프랑스영화 <내겐 너무 이쁜 당신> 보신 적 있으세요? 거기서 제라르 드파르디외가 캐롤 부케처럼 완벽하게 아름다운 부인을 두고 덜 매력적인 여자와 바람을 피우는 것도, 완벽한 육체적 아름다움에서 얻을 수 없는 뭔가를 봤기 때문일 겁니다.
-흠, 그렇다면 리즈양은 톰 하디와 크리스 파인이 전쟁을 치를 만큼 자신이 아름답지 않다는 사실을 지금 인정하시는 건가요? =I object! 그런 말도 안되는 유도 질문은 피해가겠습니다.
-이 인터뷰를 보시는 여성 독자들이 좀 짜증이 나실지 몰라서 설명을 드리자면, 전 지금 리즈 위더스푼이라는 배우의 매력을 부정하는 건 아닙니다. 아름다움이 꼭 육체적으로 완벽한 외모를 의미하는 것도 아니라는 걸 잘 알고요. 다만 저는 리즈 위더스푼이라는 배우가 초창기에 보여줬던 매력이 점점 퇴색되는 것 같아서 아깝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겁니다. =초창기에 보여줬던 매력이 뭐기에요?
-<일렉션>에서 리즈양은 전형적으로 아름다운 배우라기보다는 뭔가 엉뚱한 매력이 철철 넘치는 캐릭터를 기가 막히게 소화하는 배우였잖아요. 코미디 감각도 끝내줬고. 근데 요즘은 왠지 금발의 인형 같은 이미지만 점점 심해지는 것 같은데, 리즈양은 오히려 <일렉션>의 이미지를 이용해서 뭔가 소시오패스 고집불통 독신녀 역할 같은 걸 맡아야 더 재미있을 것 같아요. 비슷한 사례로 전 르네 젤위거도 아까워 죽겠어요. =오스카 딜레마요.
-네? =르네도 저도 오스카 받고 나서 경력에 부침이 좀 생겼죠. 오스카 트로피를 받고 나면 이미지가 고급스러워지니 예전처럼 맹한 코미디는 잘 안 들어오고, 또 몸값도 올라서 왠지 쉽게 캐스팅하기도 꺼리는 것 같고…. 그렇다고 오스카를 물리자니 그건 아깝고. 오스카 딜레마예요.
-아아, 저의 영원한 사랑이었던 마리사 토메이의 오스카 이후 경력이 갑자기 생각나는군요. 오스카는 여배우 경력의 치명적인 계륵이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