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상(저 씨네리 종신필자잖아요. 잊을 만하면 한번씩 환기시켜드릴게요) 공중파 뉴스는 챙겨보는데, 요즘 눈물 없인 볼 수 없다. 우선 MBC. 파업에 따른 안쓰러운 시간 때우기 뉴스(그냥 5분짜리 교통방송으로 하시는 편이…). KBS. 한동안 미담 파기에 골몰하더니 날씨 뉴스로 점철하다가 이젠 대놓고 때아닌 명비어천가다. 아, 하품 끝에 눈물 나와.
3월 말 서울에서 이틀간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를 궁금해하는 사람도 별로 없지만, 얼마나 세련된 경호를 준비하는지, 북의 도발 대비 태세 이상무인지, 어떤 뜨르르한 정상급 인사들이 오는지, 핵 테러 대책은 무엇인지, 그래서 어떤 진압훈련과 요인경호 시범을 하는지, 헥헥 산전수전공중전육박전 하루가 멀게 미주알고주알 알아야 하는지 의문이다. 파워레인저에 열광하는 어린이들에게는 소구력있는 장면일지 모르겠으나, 어쩜 겨울 내내 그것만 다루니, 쯧쯧. 핵안보정상회의 안 했으면 어쩔 뻔했어. 최근 화룡점정은 제주 해군기지 관련 뉴스다. ‘일부’ 주민과 시민단체의 반발로 공사가 중단된 이 사업을 정부가 계속 하기로 했다면서, ‘심층적으로’ 정부 편만 들었다. 근데 지나치게, 급하게 이유들을 갖다댔다. 제주에 해군기지가 있어야 남방해역에 분쟁이 생기면 중국 상하이에서보다 빨리 도착할 수 있고, 북의 해상 침입을 막기에도 용이하단다. 중국과 일본에 견줘 해군 전력도 열세라며 잠수함과 수상함 숫자를 비교했다(크하하, 진짜 급했나보다). 북·중·일도 모자라 해적까지 동원했다. 해적에 대한 안전성이 확보돼 코리아 리스크가 감소된단다. 아, 코리아 리스크가 해적 때문이었구나. 예산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고 준열히 마무리했는데, 국회에서 왜 제주 해군기지 건설 예산 거의 전액을 삭감했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누가 봐도 ‘오더’받고 부랴부랴 만든 뉴스로 보인다. 해당 기자도 얼마나 리포트하기 싫었을까.
이러기 정말 싫고 싫은 KBS 기자들과 노조원들이 사장 퇴진과 보복성 징계 철회 등을 내걸고 제작 거부와 파업에 들어간다. 노조가 둘이라 참 애매하겠지만(동력도 동력이지만, 새 노조는 역사가 짧아 비축해놓은 파업기금도 없을 테니;),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MB 정권의 부역자’ 딱지 떼기 힘드니 양심상, 체면상, 성질상 더 늦추기도 힘들겠지. 옆집 김 사장님은 기자회장을 해고하며 ‘막장 대응’으로 치닫고 있는데, 이 집 김 사장님은 어떤 결정을 내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