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 5월13일까지 장소: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문의: 02-6391-6333
주인공은 19세기 몰락해가는 합스부르크 왕가의 황후. 뮤지컬은 오스트리아 마지막 황후 엘리자베스 폰 비텔스바흐(1837~98)의 극적인 삶을 연대기 형식으로 담았다. ‘퍼스트 레이디’를 주인공으로 한 다른 뮤지컬과 비유하자면 <명성황후>보다는 <에비타>에 가깝다.
“루케니, 도대체 왜 황후 엘리자벳을 죽였습니까?” “내가 죽인 것이 아니라 그녀가 죽음을 사랑했다.” 막이 오르자마자 들려오는 짧은 대화는 뮤지컬 전체를 지배한다. 누군가에게 죽임을 당한 황후. 그리고 살인범은 자신이 죽인 것이 아니라 그녀가 죽음을 사랑했다고 말한다. 그 사실을 증명해 보이려는 듯 살아 있던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과거로 과거로 시간을 되돌린다.
“아무리 피해도 결국 내 것이 될 거야. 엘리자벳. 나의 곁에서 푹 쉬어. 내게 안겨 편안히 쉬어. 자유로워질 거야.” 말괄량이 소녀 엘리자벳은 나무에서 떨어지며 처음 죽음과 맞닥뜨린다. 뮤지컬 <엘리자벳>의 빛나는 지점이다. 미하엘 쿤체는 뮤지컬의 남자주인공으로 ‘죽음’(Tod)이란 독특한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죽음’을 마치 어둠의 천사처럼 매혹적인 연인으로 묘사한다. <엘리자벳>에서 가장 뮤지컬적이고 환상적인 면은 이 죽음과 엘리자벳의 팽팽한 줄다리기에 있다. 이는 생사가 달려 있는 충돌이면서 동시에 금단의 것에 대한 매혹이다. ‘죽음’은 엘리자벳이 황제 프란츠 요제프를 만나 사랑을 나누고 영원을 약속할 때도, 시어머니에게 아이를 빼앗기고 울부짖을 때도 나타나 달콤한 노래를 부른다.
60년에 이르는 엘리자벳의 일대기와 복잡한 역사적 배경을 설명하는 방식도 효과적이다. 루케니는 처음부터 끝까지 무대에 머물며 내레이터를 자청한다. 엘리자벳의 어린 시절, 황후가 돼가는 과정, 또 정치의 희생양이 된 불행한 결혼생활을 지켜본다. 이뿐만이 아니다. 19세기 중·후반 주변국 정세와 왕실의 속사정까지도 설명한다.
46곡을 꿰어낸 음악의 세공은 정밀했다. “난 이제 내 삶을 원하는 대로 살래, 내 인생은 나의 것, 나의 주인은 나야, 난 자유를 원해 자유.” <나는 나만의 것>은 이 작품의 모든 것을 대변한다. 화려한 무대는 볼거리다. 다만 엘리자베스의 삶에서 느껴지는 슬픔과 연민이 종종 화려한 무대 속에 묻혀버리곤 한다. 또 호화 캐스팅은 어떤 조합으로 보느냐에 따라 호불호가 갈린다는 점도 유념해야 할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