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고민 하나쯤은 있게 마련이고 내게는 하나보다는 무한대에 가까운 고민이 있는데 그중 으뜸은 게으름이다.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 못한다고 했으니까 고민이라고 부르짖어봐야 목만 아프나 게으름은 아무래도 순전히 내 탓인 것 같아서다. 자기 관리에 능하고 부지런하고 밝은 미래를 상징하는 으뜸 신붓감이 되고 싶은데 현실은 시궁창! 엄밀히 말해 치명적으로 게으르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매주 잡지 한권씩을 만들고, 한때 ‘알바고양이 다혜뽕’이라고 불릴 정도로(<알바고양이 유키뽕>이라는 일본 만화에서 따왔다) 각종 아르바이트 귀신으로 살았고, 한달에 읽는 책이나 보는 공연, 듣는 음악, 만나는 사람 수 등 뭘로 보나 ‘게으른’ 사람이라고 치부하기엔 다이어리가 심하게 빽빽하니까. 바로 거기에 함정이 있다. 나는 정말 해야 한다고 지난 몇년간 생각한 딱 한 가지 일을 제외한 모든 일을 열심히 하며 살고 있다. 스스로 해야 한다고 다짐한 그 일로부터 도망칠 수만 있다면 달까지 다리라도 놓을 지경이다. 고백한다. 그래서 <의지력의 재발견>이라는 어마어마한 제목의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의지력이라니, 맙소사.
앞서 고백한 내 고민은 ‘미루기’를 다룬 종장에서 다뤄진다. 단편으로 유명한 소설가 도로시 파커는 <뉴요커> 편집자들에게 마감을 넘기게 된 변명을 항상 이렇게 했다. “누군가가 내 연필을 쓰고 있어서요.” 마감 즈음이 되어야만 일효율이 좋다고 믿으며 무한정 일을 미루는 버릇이 든 사람(저요! 저요!)은 마감기한을 아무리 늘려도 일을 마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가장 웃긴 대목은, 미루는 버릇의 학생들은 부지런한 학생들에 비해 평소에 더 건강하다는 조사결과가 나왔을 때다. 하지만 역시 학기말이 되자 과제를 미룬 학생들은 세상 그 누구보다 심하게 앓기 시작했다고. 의지력이 강한 사람조차 왜 매번 다이어트에 실패하는지도 설명한다(다이어트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는 오프라 윈프리 사례가 여기 소개되는데 그녀를 두고 의지력이 약해서 살이 쪘다고 얘기할 사람은 세상에 없을 것이다). 우리가 지탱할 수 있는 의지력에는 신용카드처럼 한도가 있어서, 어디 하나에 의지력을 소진하고 나면 다른 곳에서 무너지게 마련이란다.
하지만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든 대목은 자존감에 대한 과잉된 믿음에 대한 지적이다. 자존감이 높아서 성공하는 게 아니라 성공해서 자존감이 높아진다는 게 더 걸맞은 분석이라면서, 자녀교육에 있어 자존감을 키우는 ‘뭐든지 잘했다’ 교육은 자존감을 높여 성공하는 아이를 만들 가능성만큼 주변을 피곤하게 하는 나르시시스트를 키워낼 가능성이 높다고 전한다. 살인 청부업자나 연쇄 강간범의 자존감이 놀라울 정도로 높다는 조사결과가 인용되고, 높은 자존감을 가진 사람이 상식적인 충고를 무시하고 고집을 부리고 쓸데없는 일에 돈과 시간을 낭비하는 결과를 불러올 수도 있음을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