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난리를 치던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이 결국 고승덕 의원이 받았다가 돌려줬다는 300만원짜리 봉투 하나로 마무리됐다. 받은 사람은 있는데 주랬다는 사람은 없다. 정녕 ‘뿔테’의 자작극인가. 구의원들에게 건네진 2천만원의 출처도 밝히지 못했다. 뿌리라고 건넨 돈은 있는데 어디서 온 돈인지는 모른다. 검찰은 이 이상은 “노력했으나 확인할 수 없었다”고 한다. 정말 노력을 하긴 했다. 박희태 국회의장과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달랑 300만원짜리 봉투의 주범도 아니고 ‘공범’으로 불구속 기소하느라. “공직을 사퇴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하는데, 왜 특정 성향?성격의 사람들이 기를 쓰고 ‘공직’에 진출하려는지 참으로 ‘소리없는 아우성’스럽게 보여준다. 죄를 지어 사퇴하는 게 아니라 사퇴했으니 죄를 덮는다? 역사에 길이 남을 ‘역설법’이다. 이토록 당당한 무능이라니, 이토록 뻔뻔한 온정이라니. 검찰은 시인이 되려나보다. 아니면 인디 시트콤 감독이 되려나. “쇼핑백 크기의 가방에 가득 들어 있던 돈봉투”일랑은… 알 수 있는 자나 알아라.
검찰의 포에틱한 수사결과 발표 다음날 또 다른 시심 넘치는 현장을 목도했으니, 각하 취임 4주년 기자회견장이다. 측근 비리는 화가 나고, 내곡동 사저는 못 챙겼고, 회전문 인사는 효과적이며, 경제 파탄은 세계 탓이란다.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을 의문문으로 만들어 그야말로 듣는 사람 “할 말 없게” 만드는 도저한 ‘설의법’이랄까. 게다가 이런 기자회견을 앞으로 한달에 한번씩 할까 검토 중이라니, 아아악, 아니 아니 아니되오.
4주년 특별회견이라면서 장시간을 할애한 것은 국회 속기록까지 뒤져와 미주알고주알 야권 지도부를 성토한 것이다. 정작 나라의 명운이 걸린 4대강 사업 등에 대한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이런 ‘멘붕 상태’의 통수권자를 엄호하려는 군 수뇌부의 노력은 검찰의 그것과 달리 사뭇 직설적이다. 역시 말이 아니라 몸으로 보여준다. 전방 6포병여단의 10여개 포병대대 간부 수백명이 공식일정을 중단하고 훈련도 대충 때우고 의정부와 동두천의 통신사 지점에 몰려가 통화내역을 발급받았단다. ‘불온 앱’ 지정?금지 사실을 외부로 알린 제보자를 색출하기 위해서다. 이미 모든 간부들의 스마트폰을 수거해 삭제된 파일까지 복구해 조사한 터다. 정작 “군의 정신전력을 좀먹는” 짓을 누가 하는지, 볼 수 있는 자는 본다. 들을 수 있는 자는 듣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