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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신인감독 14인] <오버 더 레인보우>의 안진우 감독
2002-01-18

기억 저편 그대가 울고 있었네

안진우 감독이 ‘무지개’를 보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오버 더 레인보우>는 1998년 폴리비전에서 <접속>의 조명주 작가와 함께 시나리오 작업까지 마쳤던 영화. 캐스팅 등 프리프로덕션을 상당부분 진행한 상태였지만, 도중 투자사였던 삼부파이낸스가 무너지면서 꿈을 접어야 했다. 얼마 되지 않아 디즈니 등의 직배사에서 투자 의사를 밝혔지만, ‘한풀 꺾인’ 영화가 캐스팅이 순탄할 리 없었다. 그렇다고 3년 전 들이킨 고배가 그에게 쓰디쓴 경험만은 아닌 듯. 지난해 11월부터 촬영에 들어갔지만, 오랜 ‘되새김질’ 덕분에 첫 영화치고 망설임 없이 수월하게 찍어나가고 있다.

그를 영화의 길로 이끈 건 알게 모르게 누이와 어머니의 도움이 컸다. 영화광이던 누이가 사들인 잡지를 뒤적이며 상당한 정보를 습득했고, 어머니가 운영하던 레스토랑에서 가져온 귀한 비디오 플레이어 덕에 영화의 매력에 일찌감치 중독됐던 것이다. 그러던 중 고2가 될 무렵, 그는 다니던 학교를 그만뒀다. 그리고선 “뭐든 제대로 하고 싶다”는 욕심에 앞뒤 안 재고 연극영화과 출신 교사가 많다는 안양예고 1학년으로 재입학했다(전학이 가능하다는 사실은 나중에 알았다).

중앙대 영화과 시절에도 그의 부지런함은 유별났다. 마음 씀씀이가 후한 주진숙 교수에게서 2년 동안 700편의 희귀 영화들을 빌려봤고, 방학 때는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 등의 연출부로 활동하면서 틈틈이 현장감을 익혔다. 군 제대 뒤 <베사메무쵸>의 전윤수, <튜브>의 백운학 등 먼저 충무로 현장에 들어갔던 동기들을 보면서 충무로행 기차에 빨리 몸을 싣고 싶은 맘이 없지 않았지만, 졸업작품 시나리오를 바꾸라는 교수와 설전을 벌인 끝에 원안을 포기하지 않은 고집의 대가로 남들보다 늦게 졸업했다.

<오버 더 레인보우>는 그가 ‘지켜낸’ 졸업작품 <무지개를 찾아서>에 미스터리한 설정을 가미하고 인물을 보강한 작품. 사고로 인해 기억상실증에 걸린 진수가 연희의 도움을 받아 과거를 더듬어가면서, 결코 자신이 입 밖에 내지 못한 채 가슴으로만 품고 있던 대학 시절 첫사랑의 흔적과 서서히 조우한다는 줄거리다. 아무래도 이정재, 장진영, 두 배우의 몫이 큰 터라 그쪽에 온 신경을 쏟다보니 현장에서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실수도 이따금 발생한다고. 부산역에서 극중 진수가 군대가는 회상장면을 찍을 때 동원된 엑스트라들의 열성 연기도 그중 하나다. 서울발 기차인데, 나중에 사운드를 체크해보니 여기저기서 “이제 가라 마” 등의 사투리가 터져나오더라는 것이다. 데뷔작 <오버 더 레인보우>에 “배우들의 호흡을 충실히 따라가면서도”, “감독의 독특한 색깔을 담아내는” 두 가지 소원을 걸었다는 그는 “언젠가 거미줄처럼 얽힌 인간 군상의 욕망을 보여줄 누아르영화를 하고 싶다”는 욕심도 미리 풀어놨다. 글 이영진 anti@hani.co.kr, 사진 오계옥 klara@hani.co.kr

어떤 영화?

제작사 강제규필름 출연 이정재, 장진영, 정찬, 엄지원 40% 촬영

기상캐스터인 진수(이정재)는 갑작스런 교통사고를 당한다. 다행히 한쪽 다리만 깁스를 한 정도라 별 무리없이 업무에 복귀하지만, 얼마 되지 않아 사고로 인해 자신의 대학 시절 기억 중 일부분이 사라졌음을 깨닫게 된다. 특히 자신이 졸업한 뒤에도 남몰래 혼자 연모했던 이가 누구였는지조차 생각나지 않는다. 사라진 기억을 인화하기 위해 진수는 함께 사진동아리에 있었던 연희(장진영)에게 도움을 구한다. 지하철 유실문센터에서 근무하는 연희는 처음엔 진수의 단짝 상인(정찬)과 연인이었다 헤어진 연유로 진수의 부탁을 거절하지만, 이내 과거를 재생하려는 진수를 돕게 되고, 그런 연희에게서 진수는 호감 이상의 끌림을 경험한다. 그러던 중 진수와 사귀었다는 후배 혜영이 등장하고, 진수를 향한 혜영의 적극적인 표현에 진수와 연희의 관계는 어색해진다. 하지만 진수는 혜영이 프리지어를 좋아했던 기억 속 여인이 아님을 직감한다.▶ 2002 신인감독 14인 출사표

▶ [2002 신인감독 14인] 의 김현석 감독

▶ [2002 신인감독 14인] <아유레디?>의 윤상호 감독

▶ [2002 신인감독 14인] <데우스 마키나>의 이현하 감독

▶ [2002 신인감독 14인] <해적, 디스코왕 되다>의 김동원 감독

▶ [2002 신인감독 14인] <귀여워>의 김수현 감독

▶ [2002 신인감독 14인] <라이터를 켜라>의 장항준 감독

▶ [2002 신인감독 14인] <명랑만화와 권법소년>(가제)의 조근식 감독

▶ [2002 신인감독 14인] <정글쥬스>의 조민호 감독

▶ [2002 신인감독 14인] <일단 뛰어!>의 조의석 감독

▶ [2002 신인감독 14인] <서프라이즈> 김진성 감독

▶ [2002 신인감독 14인] <오버 더 레인보우>의 안진우 감독

▶ [2002 신인감독 14인] <연애소설>의 이한 감독

▶ [2002 신인감독 14인] <로드무비>의 김인식 감독

▶ [2002 신인감독 14인] 의 이종혁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