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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 완전히 개판이군

<유어 하이니스> Your Highness (2011)

감독 데이비드 고든 그린 상영시간 102분 / 화면포맷 2.40:1 아나모픽 음성포맷 DD 5.1 영어 자막 한글 자막 출시사 유이케이 화질 ★★★ 음질 ★★★★ 부록 ★★

로저 에버트는 미국에서 근래 개봉한 <더 시터>에 별 하나를 부여했다. 리뷰에서 그는 “이 영화의 감독이 데이비드 고든 그린임을 말하는 게 고통스럽다. 위대한 미국 영화감독이 될 운명이었던 그는 지금 그렇고 그런 영화들의 황무지에서 방황하고 있다”라고 썼다. 그린의 초기작 세편 모두에 만점을 준 그는 <유어 하이니스>와 <더 시터>를 보고 심각한 충격을 받은 것 같다. 몇년 전만 하더라도 그린은 미국 작가영화의 미래로 평가받은 감독이다. 한국의 한 영화제를 찾았던 그린을 만난 평론가 홍성남은, 데뷔 당시 주목할 만한 작품을 내놓은 건 인정하지만 아직까지는 “불안정하게 구축된 세계”라고 평가했다. 그의 미래를 무조건 신뢰할 수는 없다는 뜻이었다. 그의 예상대로 그린의 이후 행적은 오리무중이다. <파인애플 익스프레스>로 흥행과 비평을 다 잡으면서 정신줄을 놓은 걸까. <유어 하이니스>에서 엄청 나빠졌고, (외지의 평가대로라면) <더 시터>로 나락에 떨어졌다. 그러니까 <유어 하이니스>를 보라고 추천할 이유는 없다. 지금 이 영화를 본다는 것은, 영화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했던 한 인디감독의 몰락을 애도하기 위함이다. <씨네21>과 가진 인터뷰에서 그린은 자신을 “쓰레기영화 중독자”라고 밝혔다. 한편 인디감독으로 영화를 제작하는 게 점점 힘들다고 말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보면 돈을 제공하는 사람들의 구미에 맞춰 자신이 좋아했던 쓰레기영화를 만들게 된 거다. 사실 이런 상황은 현재 코미디계의 대부로 행세하는 주드 애파토우와 가까이하면서 예견된 바다. 한때 테렌스 맬릭과 교류했던 감독이 애파토우와 만난 건 이상한 기회와의 조우이자 예고된 타락의 시작이었다. <파인애플 익스프레스>를 통해 접한 애파토우 사단의 코미디 배우들은 그린을 놔두지 않았다. (그린과 동창이며 <올 더 리얼 걸스>에 출연한) 대니 맥브라이드는 직접 각본을 쓴 <유어 하이니스>로 그린을 꼬였고, 애파토우 사단을 대표하는 조나 힐은 <더 시터>로 그린과 랑데부해 재앙을 자초했다. 그렇다면 그린의 쇠퇴는 나쁜 친구들과의 교제 탓일까. 모범생이 문제아와 놀면 손해 보는 건 모범생이다.

<유어 하이니스>는 중세 배경의 판타지물을 변형한 작품이다. 달이 두개 떠 있는 괴상한 세상. 몬 왕국의 왕자는 원정길에서 마법사 리자에게 붙잡혀 지내던 여자를 구출한다. 그녀와 결혼식을 올리려는 순간, 리자가 나타나 납치극을 벌인다. 왕자는 아내를 구출하기 위해 동생, 엘리트 기사단을 이끌고 길을 나선다. 유일한 볼거리인 북아일랜드의 아름다운 풍광 외에 <유어 하이니스>는 평범한 시대극에도 못 미친다. 각본의 독창성은 제로에 가까우며, 이런 영화에서 수없이 보아왔던 존재들이 내내 멍청한 짓거리를 일삼는다. 각본에 참여한 맥브라이드는 화려한 입담과 판타지의 하이브리드를 꾀한 듯하지만, 그의 의도는 하나도 실현되지 않았다. <유어 하이니스>는 스타가 출연한 상업영화 중 저속한 언어가 가장 많이 사용된 영화일 거다. 온통 음담패설로 채워진 대사는 어설픈 전개에 독을 더한다. 게다가 잔인하고 역겨운 설정의 도가 지나쳐 때때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빌어먹을 맥브라이드야 그렇다 쳐도 제임스 프랭코, 내털리 포트먼, 주이 드샤넬, 찰스 댄스 같은 멀쩡한 배우들의 허우적대는 연기는 보기 괴롭다. DVD는 6개의 삭제장면(9분), NG장면 모음(5분), 저속한 장면(3분)을 부록으로 제공한다. 삭제장면 가운데 또 다른 결말에서 마법사가 “완전히 개판이군”이라고 말한다. 영화가 자기 주제를 알긴 알았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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