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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들인 화면 속에 감정의 결을 섬세히 새기다 <움>

한적한 바닷가 마을, 소녀와 소년이 만나 애틋한 교감을 나누고 아쉬운 이별을 한다. 세월이 흐른 뒤 다시 만난 레베카(에바 그린)와 토미(맷 스미스)는 서로를 향한 그리움을 확인하고 사랑에 빠지지만, 토미가 사고로 죽고 만다. 슬픔에 잠긴 레베카는 토미의 유전자 조직을 채취해 복제인간을 낳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마침내 아이가 익숙한 얼굴로 성장하자 레베카는 혼란과 고통을 겪게 된다.

<>은 SF 장르와 로맨스, 그리고 오이디푸스 모티브가 결합된 영화다. 근친간의 성적 긴장이라는 설정은 일견 자극적인 듯 보이지만, 영화는 이를 느린 호흡의 절제된 이미지들을 통해 시적으로 풀어낸다. 자궁을 연상시키는 모노톤의 바닷가 풍광, 그 한가운데에 연극 세트처럼 서 있는 집이 주는 고립감은 인물들이 겪는 원형적인 슬픔과 공명하며 아련한 정서를 자아낸다. 어린 레베카와 토미가 가까워지는 초반 신들이나 복제된 아이가 자라면서 긴장이 불거지는 장면들은 인물들간의 미묘한 교감이나 소요하는 감정을 특히 잘 담아내고 있으며, 이 대목에서 아역배우들의 연기와 에바 그린 특유의 신비로운 존재감이 빛을 발한다. 그러나 레베카와 청년이 된 아들, 그의 여자친구가 한집에 살게 되는 후반부에 이르면, 관음증적인 에피소드들이 이어지고 은밀하고 복합적인 감정이 노골적인 갈등으로 표면화되면서 영화를 지탱해온 긴장이 방향을 잃고 만다. 아들이 느끼는 정체성의 혼란과 영화의 결말도 다소 갑작스럽고 어정쩡한 느낌을 준다. <>은 복제인간을 둘러싼 윤리적 문제들을 경유하지만, 그보다는 인물들의 심리적인 파동을 담아내는 데에 천착한다. 그 결과, 공들인 화면 속에 감정의 결을 섬세히 새기는 반면, 비극의 깊이는 충분히 담아내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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