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족의 외식 풍경. 엄마, 아빠, 초등 저학년으로 보이는 형제가 저마다 스마트폰과 게임기를 들여다보고 있다. 직장인들의 점심식사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다. 술집에서도 연출되는 장면이다. (파업 농성 중인 MBC 구성원들이 팻말 들고 앉아 저마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사진도 봤다.) 애들 쌈박질, 부부 승강이, 침튀기는 상사 뒷담화… 이거 다 어디 갔어 이거. 게으름 끝에 본의 아니게 저항자가된, 2G폰을 쓰는 나로서는 그리하여 가끔 놀이터에서 엄마들 틈에서도 멀뚱해진다. 다들 뭘 그리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냐면…, 다 알잖아.
기저귀 찬 아이들조차 중독될 정도로 IT기기가 관계와 소통을 과잉 지배하는 상태로 10년, 20년이 가면 어떡하지. 정말 이러다가 스마트(smart)가 아니라 스매시(smash: 산산이 부수다) 되는 거 아니야? 큰맘 먹고 큰돈 들여 떠난 해외 휴양지에서도 스마트폰 만지작거리는 사람들은 우리나라 사람들밖에 없다며. 에휴. 걱정이 많아진 걸 보니 한살 더 먹긴 먹었나보다. 텔레비전 시청시간과 공격성이 비례하고 지나친 게임기 노출은 튀어오르는 자극에만 반응하는 ‘팝콘 브레인’을 낳는다는 무시무시한 연구 결과도 있지만, 그래도 인간은 자기를 보호하는 쪽으로 본능적으로 진화한다고 믿는다.
자극도 지나치면 피로해지고 욕심도 넘치면 배 터진다는걸 모르나. 끝까지 ‘먹튀’하려는 그들의 ‘본능’은 뭘까. 구매에 8조원 넘는 비용이 드는 차세대 전투기 기종을 공개 입찰도 하기 전에 미국제로 하겠다고 각하가 오바마에게 구두로 약속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해 방미길 선물이었단다. 송영선 언니가 한 말이라 믿지 않을 사람도 많겠지만, 올해 10월까지 무려 14조원어치의 무기를 들여오려고 용을 쓰는 와중이니 완전 허튼소리는 아닐 것이다. 비용 부담은 다음 정권으로 넘어간다. 두고두고 운영비도 골칫덩이다. 왜 필요한지는 며느리도 모르는 상태에서 이렇게 줄줄 미국에 상납하는 꼴은 놔두면서 무슨 수로 병사월급을 40만원대로 올리나. 진짜 닭장(새우리) 맞나봐.
한나라당의 새 당명 새누리당을 두고 새비리당 새부리당 비틀기 놀이가 한창이다. 이런 재미있는 놀이의 확산은 IT기기의 순기능이겠다. 중독시대, 거르지 않으면 진짜 새된다. 우리가 바꿀 수 없는 것은 인정하는 지혜와 바꿀 수 있는 것은 바꾸는 용기가 필요한 곳은 예배당이나 투표소만은 아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