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 뉴 이어가 아니라 완전 해비 뉴 이어다. 흑. 넘 먹었다. 가혹한 명절을 치러내는 분들께는 진짜 미안한데, 맛있는 거 많고 애는 일가친척이 놀아주니 잠자리 좀 불편하고 돈 좀 나가는 것 외에는 속 편한 편이다. 뭐 다 누릴 수는 없잖아.
제법 철이 든 나도 발견했다. 떠버리 사촌의 자랑질에는 “일찍 부모를 여의어서 칭찬받고 싶은 결핍감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마지못해 오는 시가쪽 숙모를 보면서는 “십년만 젊었어도 과감히 째실 텐데”라고 연민한다. 친구들은 “너의 뻔뻔함에 경배를” 날려주지만, 타고난 자질이라기보다 적절한 ‘선택’의 결과이다. 나는 일찍이 ‘착한 여자’ 놀음에서 벗어났다. 착한 딸이었던 적도 없고 착한 파트너, 나아가 착한 엄마도 노땡큐다. 몇번의 시행착오는 있었으나 비교적 깜냥에 맞는 선택을 해왔다고 자부한다. “착한 여자는 죽어서 천당에 가지만 나쁜 여자는 살아서 어디든 가”니까. 그 덕에 지금도 장래희망을 지니고 사는 거라 믿는다.
현모양처.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다. 우리나라 재벌들의 장래희망은 뭘까. 글로벌 순대 기업이나 물티슈 기업은 아니겠지? 아니면 명품 브랜드의 보따리 장사? 재벌 2, 3세들은 부모가 문어발이 아니라 지네발이라는 소리를 들으면서 중소 제조업자나 상공인들의 영역까지 무차별로 확장해준 사업에서 손쉽게 돈을 번다. 저 혼자 땅 짚고 헤엄치는 게 아니라 아예 다른 사람은 수영도 못하게 만드니, 이런 반시장적인 횡포가 어디 있을까(게다가 땅 짚고 헤엄치면 재미있니?). 2008년 이후 개인소득증가율은 5%에 머문 반면(그것도 실질소득이 아니라 명목소득) 기업소득은 20%, 특히 대기업의 당기순이익은 2010년 60%를 넘는 폭증세를 보였다(유종일, <경제119>). 그래서 고용을 늘렸냐. 아니다. 투자를 했냐. 아니다. 제 몸집만 불렸다. 낙수효과는커녕 아래 있던 습기까지 빨아올렸다. 심각한 양극화의 진원지가 재벌기업인 셈이다. 이 모든 것을 프렌들리하게 부채질하신 각하께서 뒤늦게 “서민생업 침범을 자제하라”고 한들 소가 웃는다.
우리 삶이 피폐한 것은 능력이 안되거나 게으름을 피웠기 때문이 아니라(전 국민이 이렇게 공부 많이 하고 일 많이 하는 나라 없잖아) 어쩌면 잘못된 ‘선택’을 했기 때문인지 모른다. 호그와트 마법학교 교장 선생님은 해리 포터에게 “진정한 참모습은 능력이 아니라 선택을 통해 드러난다”고했다. 2012년, 마음에 쏙 와닿는 말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