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발표된 다큐멘터리 중에 지니 핀레이의 <Sound It Out>이 있다. 영국 북동부의 티스사이드에 있는 유일한 레코드가게 ‘Sound It Out’에 관한 작품이다. LP 레코드가게가 점차 사라져가고 있는 시대에 조그만 도시에 자리한 한 레코드가게가 음악을 사랑하는 주민과 교감하고 정을 나누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런데 이 작품은 레코드 스토어 데이 2011(Record Store Day 2011)의 공식영화로 선정되어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2008년에 시작된 레코드 스토어 데이는 전세계의 레코드가게 주인, 음악애호가, 뮤지션들이 모여 한정판 레코드 발매, 연주, 전시 등을 하는 독특한 축제이다. 미국에서 시작되어 매년 4월 셋쨋주 토요일에 열리는 이 행사는 이제 영국, 독일, 일본 등으로 확대되어가고 있다(지난해 11월에는 서울에서 이와 유사한 행사인 서울 레코드페어가 열리기도 했다). 이 행사에 지지를 표명하고 소규모 레코드가게에서 연주를 한 뮤지션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메탈리카, 오지 오스본, 밥 딜런, 폴 매카트니 등. 레코드 스토어 데이는 LP 레코드의 화려한 부활의 하나의 예일 뿐이다. 디지털 음원 시장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지금, 한물간 것으로 여겼던 LP 레코드의 판매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음반판매 집계기관인 사운드 스캔에 따르면 2010년 LP 레코드의 판매량이 280만장으로, 1991년에 집계를 시작한 이래 최고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말 그대로 “아날로그는 결코 죽지 않는다”이다.
이제 눈을 영화로 돌려보자. 지난해 11월 LA의 뉴 베벌리 시네마의 스탭인 줄리아 마르체스는 ‘35mm영화를 지키자’는 운동을 시작했다. 그녀는 ‘Fight for 35mm’라는 이름의 청원 사이트를 열어 일반 시민과 영화인들의 청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영화시장은 음악시장과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 올해는 아마도 상징적인 해가 될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35mm와 디지털 극장의 수가 역전될 것이기 때문이다(이는 디지털 극장이 처음 등장한 1999년 이래 불과 13년 만이다). 그리고 그 격차는 점점 더 가파르게 벌어질 것이다. ‘IHS 스크린 다이제스트’에 따르면 올해 35mm 극장은 37%, 디지털 극장은 63%에 152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2015년에 이르면 35mm 극장이 불과 17%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몇몇 국가에서는 35mm 극장이 완전히 사라졌다. 노르웨이, 룩셈부르크 등이며 홍콩은 올해 35mm 극장이 모두 사라질 것이다.
35mm영화 제작도 급격하게 줄어들 것이다. 2008년에 130억 피트에 달했던 35mm필름 사용량(프린트용 포함)이 올해는 4억 피트로 줄 것으로 전망되며, 미국은 2013년에, 서유럽은 2014년에 주류영화계의 35mm 영화 제작이 종결될 것이라고 한다. 코닥, 후지 등 필름 생산업체도 점차 생산을 줄여가고 있다. 카메라 제작업체인 아리, 파나비전, 아아톤은 향후 신기종 카메라는 디지털카메라만 생산할 것이라고 선언하였다. 35mm필름이 사라지면서 가장 큰 타격을 입는 분야는 필름 아카이브가 될 것이다. 대부분의 필름 아카이브들이 35mm 프린트의 디지털 전환작업을 하고 있지만 새로운 35mm 프린트는 만들 수 없는 상황을 맞을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35mm 프린트 자체가 소중한 인류의 문화유산이라는 점이다. 공적 자금을 투입해서라도 극소수의 필름 생산과 현상업체를 남겨두는 운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세계필름아카이브연맹이 이를 주도하고, 범세계 영화인들이 이에 동참하는 방식이 가장 바람직할 것이다. 올해 세계 영화계의 주요 화두 중 하나는 바로 이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