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강도로 복역 중인 아드리안(알베르 뒤퐁텔)은 아내와 하나뿐인 딸을 끔찍이 아끼는 가정적인 남자다. 몇 개월 뒤면 출소할 예정인 그는 자신보다 조금 앞서 출소하게 된 감방 동료 모렐(슈테판 드박)에게 가족을 부탁한다. 그러나 그 직후 한 남자가 찾아와 충격적인 사실을 전한다. 소심하고 착한 사람이라 생각했던 모렐이 사실은 소녀들을 강간, 살해한 연쇄살인범이었다는 것. 이윽고 가족과 연락이 닿지 않자 불길한 예감에 탈출을 감행한 아드리안은 곧 아내의 시신과 마주하고 모렐의 조작으로 누명까지 쓰게 된다. 이제 행방을 알 수 없는 딸을 구하는 한편 경찰의 추격까지 따돌려야 하는 아드리안의 절박한 발걸음은 어디로 향할 것인가.
리암 니슨의 <테이큰>으로 출발해서 해리슨 포드의 <도망자>로 마무리한다. <테이큰>과 <13구역>의 흥행 이후 프랑스에서는 유사한 영화가 다수 쏟아져 나왔는데 이 영화도 그중 하나다. 그러나 <테이큰>보다 긴장의 끈은 느슨하고 <도망자>에 비해 사건과정의 설득력이 부족하다. ‘추격자인 동시에 도망자’라는 설정으로 긴장감을 더하려 했지만 1 더하기 1이 반드시 2가 되리란 법은 없다. 양쪽을 다 잡으려 갈팡질팡하던 영화는 결국 제목처럼 도망쳐야만 하는 주인공의 절박함쪽에 초점을 맞춰나가는데, 제법 괜찮은 구성에도 불구하고 핵심이랄 수 있는 추격장면이 예측 가능한 경로를 한치도 벗어나지 못하는 까닭에 도무지 속도감이 나질 않는다. 액션의 짜임새 자체는 나쁘지 않고 유사 장르영화에서 차용해온 각종 요소가 제법 잘 버무려져 있음에도 <테이큰>과 같은 영화의 그림자가 너무 짙다보니 양산품의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한 채 주저앉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