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밍크코트>의 모녀 관계를 보며 실제 엄마 생각도 했나. =원래 엄마랑 무지 사이가 안 좋았는데, 서울로 대학 진학해 떨어져 지내면서 애틋한 사이가 됐다. 세월이 흐르면서 엄마가 한 개인으로 다가왔을 때 되게 이상한 느낌이 들었고, 내가 지금껏 엄마 개인의 삶을 먹으면서 자라왔구나, 하고 생각하니 묘한 공감이 왔다. 그래서 딸 ‘수진’을 꼭 하고 싶었다.
-임신부로 나온다. 특별히 힘들지 않았나. =임신부처럼 무게중심을 뒤에다 놓고 몸을 무겁게 해야 했다. 반면 마음도 무거운 영화다. A, B 카메라가 동시에 돌아가니까 언제 어디서 어떤 각도로 잡힐지 모르니 항상 긴장해야 했다. 그냥 내 몸이 아니다, 생각했다. (웃음)
-기억에 남는 장면은. =큰이모(김미향)에게 대들면서 싸우는 장면. 막 병실로 달려와 몸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로 숨이 가쁜 상황에서 스스로도 계산하지 않은 느낌의 연기가 나왔다. 그때 엄마 현순과 닮아 있다는 얘기를 들어 뿌듯했다. 그런데 김미향 선배님은 평소 너무 존경하던 분이라 카메라가 멈추자마자 자동적으로 “선배, 죄송해요” 하고 애교를…. (웃음)
-첫 장편영화로 지난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감독조합상 여자연기상도 받았다. 연기자를 꿈꾼 건 언제였나. =몇년 전에 9살 때 쓴 일기장을 우연히 봤는데, 구연동화반에 들어간 날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과 사랑을 주는 연기를 하고 싶다’고 썼더라. 어려서부터 그랬구나, 하는 걸 그때 알게 됐다. 지금은 학교(한양대 연극영화학과) 졸업 뒤 마음 맞는 사람들과 ‘창작집단 LAS’를 꾸려 활동하고 있다.
-좋아하는 배우는. =윤여정. 자연인으로서도 멋지고 그 어떤 역을 맡아도 자기만의 멋과 개성을 잃지 않는 배우의 카리스마가 대단하다.
-새해 계획은. =류현경 선배와 함께 출연한 <앵두야 연애하자>에서 발랄한 ‘모태솔로’ 캐릭터로 나오는데 올해 공개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LAS에서 준비한 새로운 작품 <서울 사람들>이 3월경 연우무대 소극장에 오른다. 전국에서 모인 서울 고시원 사람들 얘기인데, 철없는 경상도 여자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