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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뉴스] 검열이라는 (악)법
남민영 2012-01-17

폭력성을 이유로 난도질당한 <고스트>… 인도의 과도한 검열 문제 다시 화두로

<고스트>

푸자 자틴더 베디 감독의 영화 <고스트>로 인도의 지나친 영화 검열이 또 한번 도마에 올랐다. 인도 영화검열위원회의 보수적이며 엄격한 기준이 한 감독의 작품을 난도질했기 때문이다. 논란의 대상인 <고스트>는 유령이 출몰하는 병원에서 일어나는 기이한 일들과 연쇄살인의 실마리를 따라가는 호러영화다. 영화검열위원회는 이 작품의 검열사유를 폭력성과 종교적 논란의 소지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판단기준이 상당히 애매하다.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한 여인이 십자가에 못 박히는 신. 영화검열위원회는 “기독교 신자는 소수지만 여자가 십자가에 못 박히는 신은 그들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다”는 다소 황당한 판단기준을 내밀었다. 해당 장면은 영화에서 꽤 중요한 비중을 차지해 감독은 “영화검열위원회의 삭제 조치가 영화에 영향을 끼쳤다”며 항의하고 나섰지만, 이마저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고스트>에서 삭제된 신은 이뿐만이 아니다. 여인이 여러 사람에게 오랫동안 매질당하는 신을 두고 영화검열위원회는 “지나치게 폭력적”이라는 이유를 들어 삭제시켰다. 2003년 트랜스섹슈얼을 소재로 삼았다가 “상스럽고 무례한 영화”라며 금지처분을 받은 인도영화 <The Pink Mirror>를 이번 논란과 겹쳐 생각해보면 인도 영화검열기구의 이해할 수 없는 조치가 9년이 지난 지금까지 전혀 바뀌지 않고 있음을 시사해 문제는 더 심각해 보인다. 한편 여론도 감독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이번 논란을 주시하며 감독의 인터뷰를 다룬 <타임스 오브 인디아>를 비롯하여 영국의 <가디언>도 “종교가 문화에 큰 영향을 끼치는 인도의 정서를 고려해도 이 작품의 장르가 호러라는 점을 감안하면 검열기구의 조치는 너무나 엄숙하고 부당하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이런 여론에도 불구하고 요지부동의 자세로 버티고 있는 영화검열위원회가 앞으로 쉽게 기준을 완화할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