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원의 쥐떼가 갑자기 차가운 강물로 뛰어드는 모습에 영감을 얻은 우화도 있지만, 쥐떼는 자살을 하는 게 아니라 먹이를 찾아 이리 뛰고 저리 뛰다 떼죽음을 당하는 것이란다. 낭떠러지를 보고 맨 앞의 쥐가 급히 멈춰도 따라오는 쥐들에 밀려 그대로 한꺼번에 물에 빠져버린다. 한나라당의 내홍을 보면서 강물에 빠지는 쥐떼의 습속에 대한 연구가 떠올랐다. 누군가는 먼저 낭떠러지를 발견할 수도 있겠지만, 우왕좌왕하는 무리의 거대한 떠밀림이란….
비리퇴적층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최근 석달 안에 벌어진 일만 해도 숨이 차다. 내곡동은 디도스로 덮고, 디도스는 형님으로, 형님은 최시중으로, 급기야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그 모든 것을 돈봉투로 덮을 지경에 이르렀다. 이 와중에 일부 인사들이 자기 ‘나와바리’(지역구) 지키기에 정신이 팔려 험한 꼴을 보이지만, 서로가 서로를 욕하고 헐뜯는 소리가 따지고 보면 다 맞는 소리라 뭐 덧붙일 말이 없다. 쩝.
지구촌 나와바리 싸움에서 미국이 또 대형사고를 칠 태세다. 이번에는 핵개발하는 이란 제재에 동참하라고 여러 나라를 들볶는데, 이게 참 심란한 것이 우리나라는 중국, 일본, 인도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이란 석유를 수입하는 나라다. 전체 원유 도입량의 10%가 이란산이고 중동지역 수입 원유의 80% 이상을 이란이 지키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운송한다. 정작 미국은 이란에서 석유를 한 방울도 수입하지 않는다. 아우 샤방 꽃 같다. 정말 청순하게 욕 나오는 상황이다. 그것을 주도하는 이들은 11월 대선을 맞는 오바마 행정부가 아니라 (따지고 보면 그래서 쥐여 흔들리지만) 미 의회 군사위와 외교위에 포진한, 거대 석유사들과 군산복합체들을 지역구에 둔 의원들이다. 여기도 ‘나와바리’ 싸움이다. 젠장. 이라크 끝나고 중동 패권을 이란에 뺏길지 모른다는 미국의 지정(지랄맞은 정치)학적 공포에다 이란 원유 의존도가 높은 중국을 견제하려는 목적까지 세 트로 작용한다는 것은 뻔할 뻔자다.
안 그래도 새해 벽두부터 중동에서 아시아로 군사전략을 중심이동하겠다는 미국 발표를 보고 심란했는데(분단 고착화에 분쟁위험 증가에 틀림없는 군비부담 가중까지) 남의 싸움과 남 좋은 일에 정말 이렇게 새우등 터져야 하나, 정학적 회의가 뼛속까지(to the core) 사무친다. 동맹은 귀여움 받으라고 하는 게 아니다. 한·미 동맹이 신앙인 분들, 방법을 말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