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연극을 해왔는데, 영화에 꿈을 갖게 된 건 언젠가. =<아버지의 이름으로>의 대니얼 데이 루이스를 보고 영화의 힘을 처음으로 경험했다. 전까지는 영화가 내게 그 정도로 물리적인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지 몰랐다. 완전히 다른 세상에 온 느낌이었다.
-<007 어나더 데이>의 본드걸로 데뷔했다. =첫 촬영이 기억난다. 나의 우상이었던 주디 덴치 앞이었기 때문에 잔뜩 긴장한 상태였다. 마치 허우적거리며 수영을 처음 배우는 기분이었다. 6개월 동안 촬영했는데 아무리 해도 나아지지 않더라. 하지만 두려운 만큼 더 열심히 했던 것 같다.
-<오만과 편견>으로 만난 조 라이트 감독에게 청혼을 받기도 했다고. =제인 베넷으로 산 그해 여름은 내 생애 최고의 여름이었다. 가식적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배우들끼리 정말 가족처럼 지냈다. 이야기가 사람들의 좋은 면을 많이 끄집어내주었다고나 할까. 동생들을 연기한 배우들도 영화가 처음이어서 사람들과 친해지고 싶어 했다. 덕분에 같이 소풍도 다니고 호수에서 알몸으로 수영도 하며 지냈다. 청혼은 영화가 개봉하고 2년 뒤 받았는데, 1년 정도 지나서 파혼했다.
-<세번째 사랑>에서는 평생의 사랑을 만났는데. =처음에는 클라라 역을 맡을 줄 알았는데 감독이 미리엄 역을 해보면 어떻겠냐고 하더라.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폴 지아매티와 대사를 주고받았는데 그렇게 자연스러울 수가 없었다. 그와 내가 바니와 미리엄이 된 것 같았다.
-우아한 자태가 역에 딱 어울리더라. =내게 귀족적 이미지가 있는 모양이다. 길거리의 창녀와 같은 배역들은 통 주어지지 않는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배우로서 많은 역을 맡아보고 싶은 욕심도 있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해야지.
-다음 영화는 코미디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데이비드 프랭클 감독이 연출한 <빅 이어>란 작품으로 누가 더 많은 종의 새를 발견하는지 겨루는 행사에 참여한 세 남자의 충돌을 그린 영화다. 오언 윌슨, 잭 블랙, 스티브 마틴, 세 사람의 조합만으로도 마냥 웃게 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