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남자를 볼 때 그가 울 줄 아느냐 모르느냐로 슬그머니 호불호를 가르게 됐다. 최근 몇년 정치적으로 험한 일을 많이 겪은 뒤로는 정치인을 볼 때에도 그가 품은 ‘물기’로 됨됨이를 가늠하곤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때 김대중 전 대통령이 펑펑 울던 모습이나(아, 지금도 떠올리면 가슴이 먹먹하다), 한-미 FTA 비준안 국회 처리에 항의하며 최루탄을 터뜨렸던 김선동 의원이 눈물 흘리는 모습에 대해 누구도 그 ‘진심’에 대해서는 토를 달지 않을 것이다.
김근태 전 의원 빈소에서 이해찬 전 총리가 우는 모습을 사진으로 봤다. 코가 빨개지고 얼굴 전체가 일그러져 있었다. 참아도 터져나오는 울음이었다. 의외로 그가 우는 모습을 많이 본 듯하다.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게 생겼다는 소리를 들어온 정치인이고 스스로도 “내 세숫대야가 대통령상은 아니다”라고 말할 정도로 이 전 총리는 솔직히 그리 원만한 인상의 소유자는 아니다. 아마 그래서였나보다. 몇번 안 본 그의 울음이 꽤 강하게 기억나는 이유는(당사자께는 살짝 송구하나, 이건 무슨 종류의 후광 효과일까요;;).
이 전 총리가 신년 <시사IN> 인터뷰에서 올해 정국 구도를 짚었다. 총선 의석 전망을 내놓고 문재인의 약진에 대한 기대와 안철수의 지원 혹은 직접 출마도 거론했다. 한명숙-문성근 연대에 따른 민주통합당 새 대표의 파괴력과, 통합진보당과의 연합에 대한 끈도 놓지 않았다. 두 정권을 거쳐 터득한 경험과 정책에 대한 자신감도 내비쳤다. 한마디로 “이제는 첫 집권이 아니”라는 것이다. 명쾌했다. 한 시절 정권의 책략가이자 현 야권 최고 전략통인 그의 말에 무게가 실리는 것은, 어떤 바람 때문일 것이다. 적어도 이제는 뭘 좀 못하더라도 진심으로 미안해하고 반성하는 지도자를 갖고 싶다는.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온 국토를 파헤치고, 거짓을 은폐하려고 더 큰 거짓말을 일삼고(심지어 사람을 가둬버리고), 구멍낸 나라살림 메운답시고 공항이며 철도를 다 팔아먹으려드는 것도 모자라 말단 공무원들 들볶아 케케묵은 범칙금이며 미납세액 뒤지게 만들고, 심지어 날품팔아 한해 40만원 번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의 급여를 한겨울에 인정사정없이 떼어가는 그런 정부와 지도자를 갖고 싶지 않다. 처음부터 뭘 꼭 대단히 잘하지 않아도 된다. 미안해할 줄 알면 된다. 그런 다음 잘하면 된다. 따지고 보면 우리 모두는 울면서 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