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쓰 GO>
제작 영화사 도로시 / 배급 NEW / 감독 박철관 출연 고현정, 유해진, 성동일, 이문식, 고창석, 박신양 / 개봉 상반기
한국판 <나잇 & 데이>라 부르면 어떨까. 제몸 하나 건사도 힘든 만화보조작가 천수로(고현정). 자장면 배달도 누군가의 손을 빌려야 하는 그녀지만 한때 도움을 받았던 수녀의 부탁마저 거절하긴 어렵다. 천수로는 수녀의 청에 따라 노란 장미와 케이크를 들고 호텔에 심부름을 가는데,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건 끔찍한 사체다. 부산 최대 조직인 백호파 보스 백봉남(박신양)과 살무사파 보스 사영철(이문식)은 자신들의 마약 거래를 망쳐놓고 살인까지 저지른 일명 ‘노란 장미’가 천수로라고 확신하고 그녀의 뒤를 쫓는다. 한편, 여객터미널의 물품보관함에서 깡패들이 찾고 있는 마약과 돈가방까지 손에 넣게 된 천수로는 마성의 로맨틱 가이 ‘빨간구두’(유해진)의 도움을 받아 경찰과 조폭의 추격을 간신히 따돌린다.
<미쓰 GO>는 김설의 소설 <게임오버 수로 바이러스>(1997)를 원작으로 삼았으나 “우연한 심부름 때문에 한 여자가 범죄사건과 맞닥뜨린다”는 설정을 제외하곤 캐릭터와 구성을 모두 바꾸었다. 박철관 감독(<달마야 놀자> <용서할 수 없다>)에게 연출을 맡긴 것도 대중적인 웃음 코드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 제작진이 가장 자신있어 하는 부분은 전도된 캐릭터다. 범죄물 장르에선 흔치 않은 ‘여배우 원톱 영화’이며, 팜므파탈 대신 ‘옴므파탈’이 등장한다는 설정이 빛을 발할 것이라 예감할 수 있는 건 “머리부터 발끝까지” 변신을 감행한 고현정, 유해진 두 배우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제작진이 함구하고 있지만 <미쓰 GO>가 그저 우당탕 소동극은 아닐 것이다. 제자리를 맴돌던 천수로가 만화 같은 사건에 휘말리면서 느끼는 쾌감은 또 다른 자아를 향한 도약의 그것이기도 하다.
<코리아>
제작 더타워픽쳐스 / 배급 CJ E&M / 감독 문현성 출연 하지원, 배두나, 한예리 / 개봉 상반기
88올림픽 복식 우승으로 스타가 된 탁구선수 현정화(하지원)는 1991년 일본 지바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남북 단일팀이 결성된다는 소식을 전해 듣는다. 언론은 분단 46년 만에 처음으로 남북이 단일팀 구성에 합의했다며 역사적인 의미를 부여하지만 정작 현정화를 비롯한 남쪽 선수와 코치진은 이같은 결정에 당혹스러워한다. 게다가 만리장성의 벽을 넘기 위한 합동 훈련 시간은 고작해야 40일뿐이다. “동료로서의 신뢰도, 인간적인 애정도 없는 상태에서 순식간에 ‘코리아’라는 이름의 한팀이 된” 남북 선수들은 사사건건 부딪치고, 현정화 역시 라이벌 관계이자 북한의 맏언니 격이었던 리분희(배두나)와 갈등을 빚는다.
<코리아>는 20년 전 단일팀을 구성해 여자단체전 우승을 이끌어낸 남북 여자 탁구선수들을 주인공 삼은 스포츠영화다. ‘중공타도’를 위해 한솥밥을 먹게 된 남북 선수들의 다툼과 화합이 <코리아>의 기본 줄거리지만 현정화와 리분희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야말로 이 영화의 또 다른 동력이자 재미다. 실제로 현정화에게 리분희는 녹색 테이블의 최강자였던 중국과의 대결에 앞서 통과해야 하는 만만치 않은 관문이었다. 1984년 세계 무대에 등장한 왼손 세이크 핸드형의 리분희는 데뷔 이후 한국 선수를 상대로 16연승을 구가하며 ‘한국 탁구 킬러’라는 별명을 얻었고, 1980년대 말 이미 세계 랭킹 3위에 올라 있는 강자였다. 현정화가 한국 탁구의 샛별이라는 호칭을 얻을 수 있었던 건 모두 리분희를 이길 수 있는 재목이라는 점 때문이었으며, 1980년대 남북대결의 구도 아래서 리분희는 현정화에게 동료 이전에 적이었다. 서브는 쳐넣기, 드라이브는 감아치기, 커트는 깎아치기 등 서로 다른 용어들만이 <코리아>로 뭉친 남북 자매들을 곤란하게 만들었던 건 아니라는 것이다. 하나의 민족이라는 대의를 입었지만 서로 다른 체제에 길들여 살아온 현정화와 리분희, 그녀들은 과연 환상의 짝궁이 되어 ‘기적’을 이룰 수 있을까. 1991년의 봄은 2012년의 봄과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를까. 일부 경기장면은 현정화씨가 직접 대역을 맡았다지만,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의 달인 하지원과 어릴 적에 탁구선수로도 활동했다는 배두나의 매서운 스매싱을 맛볼 수 있다.
+issue
영화정책 손보자!
2012년의 빅이슈는 두말할 필요 없이 대선이다. MB 정부의 문화정책, 특히 영화정책이 0점에 가까웠음을 감안할 때 대선을 전후로 영화계 안팎에선 관련 법, 제도, 정책 등을 대폭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져 나올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논의 중인 사안 중 가장 관심이 가는 부분은 수직계열화한 대기업의 독과점을 어떻게 완화하고, 규제할 것인가다. 이는 두 가지 방향에서 이야기가 진행 중인데, 하나는 상영업을 현재의 등록제가 아닌 허가제 방식으로 바꾼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일정 상권에 들어설 멀티플렉스의 경우, 1개 이상의 스크린을 의무적으로 예술·독립영화 전용관 등으로 내놓아야 하며, 이 스크린의 운영은 별도로 구성된 주체들이 맡는 방식이다. 또 하나는 대기업의 무분별한 제작 개입에 제동을 거는 방안이다. 제조업에만 한정된 동반성장위원회의 중소기업 적합 업종 판정을 정보지식서비스업으로까지 넓혀, 대기업이 영화제작에 직접 뛰어드는 데 제동을 걸기 위한 바 발생하는 폐해를 최소화하자는 것이다. 과세 부분에 대한 개선도 요구된다. 현재 해외에서 촬영한 공동제작 영화는 프린트 반입 시 과도한 과세를 부담하게 되는 터라 국내 영화사는 제작영화를 수입영화라고 둘러대왔다. 정부 차원에서도 공동제작이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하지만 정작 이를 위한 구체적인 뒷받침은 없는 실정이다. 기획개발비에 대한 법인세의 실질적인 인하, 기술업체들의 해외 진출 시 조세 감면 조치 등도 필요하다. 2014년이 되면 고갈되는 영화진흥기금에 대한 대책도 시급하다. 현행처럼 기금을 계속 거둬들일 것인지, 아니면 이전처럼 국고 지원으로 대체할 것인지에 대한 영화계와 정부의 협의가 요구되고, 이를 바탕으로 법 개정 추진이 요구된다. 가입률이 99%에 달하는 극장전산망의 경우, 극장들이 관객 수를 불리기 위해 잘못된 정보를 내주거나 일부 데이터를 누락시키는 등의 편법을 쓸 때가 있는데 이에 대해 페널티를 물게 하려면 법적, 제도적 뒷받침이 전제돼야 한다. 등급 분류 역시 손질해야 한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추천하는 영화제 상영작에만 등급분류를 면제해주는 것이 아니라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 독립영화전용관 등의 상영작에도 예외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 영화와 비디오물에 관한 법률을 현재의 플랫폼에 맞게 변화시켜, 통신 자본 등에 기금을 부과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편, 극장이 배급사에 부과하는 3D 관람 안경 및 가상프린트 비용도 합리적인 형태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