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예술가 리웨이의 2008년 작품(좌). 시사주간지 <타임> 2007년 11월12일자(아시아판)는 중국 미술인 위에민준을 표지로 다뤘다(우).
‘메이드 인 차이나’는 원산지 표시 이상을 함의하는 국제 기호가 됐다. 짝퉁의 진원지, 졸부 취향의 키치, 물량 공세, 복제와 대량생산, 해킹의 발원지, 품질의 속악함과 불신 따위를 모두 아우르는 기호다. 쌍끌이로 서해를 싹쓸이 조업하는 중국 불법 어선에 대한 기사가 연일 보도된다. 정부의 일제단속도 중국식 인해전술을 허물진 못한다. 벌금을 능가하는 어획 수익을 보장받으니 포기할 리도 만무하다.
반체제 중국 전위미술이 표면으로 부상한 1980년대경 그것은 정부의 견제 대상이었지만, 2000년 전후 국제미술 시장이 중국 현대미술의 특화된 미감과 상품가치를 주목하자 중국 정부의 프리미엄까지 높여주는 효자 문화상품이 됐다. 2007년 시사주간지 <타임>(아시아판)은 겉표지에 중국 화가 위에민준을 택하기에 이른다. 메이드 인 차이나라는 공유점 속에서 국제무대에서 끗발 날리는 중국 현대미술과 불법 조업 어선은 닮은 표정으로 조우한다. 중국 현대미술은 물량 공세로 진입하며 표현의 극단주의를 승부수로 던진다. 연분홍 인체는 동양주의와 에로티즘을 동시에 자극했고, 붉은색과 마오 주석의 잦은 사용은 정치적 오리엔탈리즘처럼 미끼로 쓰였다. 작위적으로 웃어 젖히는, 위에민준의 전매특허 인물군상은 화면 속에 무의미한 무한반복으로 지겨운 도상이 된 게 틀림없지만 세계 화단에선 제법 통하는 물건으로 인정된다. 위에민준과 함께 중국 현대미술 4대 천왕으로 분류되는 팡리준의 연분홍 피부의 대머리 중년남성도 주문에 정비례해 무한생산된다. 미학적 문맥의 차별이 있을 리 없다. 한국 해안 경비정의 견제에 아랑곳하지 않고 고수익에 눈이 멀어 서해에 반복 출몰하는 중국 어선과 닮은꼴이다.
중력에 저항하는 리웨이의 초자연적 행위를 기록한 사진작품과 온몸을 물들여 카멜레온처럼 어떤 환경에서건 인체를 동기화하는 ‘투명인간’ 리우볼린의 행위예술은 서구 화단에서 전례를 찾기 힘든 표현의 극단주의로 막무가내 가치를 얻어냈다. 십수척의 어선을 로프로 연결한 편대로 저항을 표현한 불법 해적의 전례 역시 찾기 힘들긴 매한가지.
베이징 798예술구의 어느 갤러리 내부(좌). 중국 불법 어선과 한국 경비정(우).
중국 현대미술의 기지로 떠오른 798예술구가 2002년 베이징에 조성되기 이전, 그 터는 무기공장지구였다. 오늘날 같은 터에서 무기를 찍어내듯이 시장에 내다팔 예술을 찍어낼 예술 공장이 들어선 것이다. 외화벌이와 국가신인도에 도움이 되는 신형 무기니까.
어설픈 클리셰에 불과한 위에민준의 웃는 사내 도상과 웃는 도상의 투기 가치에 덩달아 입이 찢어진 우중(愚衆)의 열광과 중국 정부의 홍보. 중국 현대미술의 헤게모니는 그런 아슬아슬한 불륜으로 유지된다. 자국민의 손쉬운 외화벌이라는 이유로 불법 어획을 눈가리고 아웅하는 중국 정부와 언론의 논리는 통한다. 때로 ‘엉터리’ 예술과 도적질은 바보의 무지와 품위있는 도박 유혹, 그리고 관의 방관에 힘입어 존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