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시작되면 낯익은 디즈니성을 배경으로 폭죽이 터진다. 익숙한 음악이 흐르고 곧 로고가 뜬다. 그 로고는 3D다. 17년 전 1994년에 개봉한 <라이온 킹>은 디즈니 최초의 창작 애니메이션으로 당시 전세계에서 8억달러의 수익을 올리며 최고의 흥행작이 됐다. 2011년 그 흥행 수치는 10억달러를 바라보고 있다. 미국에서 지난 9월16일 개봉한 <라이온 킹 3D>는 재개봉임에도 2주간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라이온 킹 3D>의 성공에 힘입은 디즈니는 2012년에 <미녀와 야수> <니모를 찾아서>를, 2013년에는 <몬스터 주식회사> <인어공주>를 3D로 컨버팅해 개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혹시 <라이온 킹 3D>에서 새롭게 추가되는 내용이 있을까. 아니다. <라이온 킹 3D>는 원작의 단순한 컨버팅 버전이다. 심바(어린 심바 조너선 테일러 토머스, 성인 심바 매튜 브로데릭)가 입체가 된 것 말고는 달리진 점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프라이드 랜드의 왕 무파사(제임스 얼 존스)는 동생 스카(제레미 아이언스)의 계략에 빠져 죽음을 맞고 무파사의 아들이자 왕위를 계승하려던 심바는 영토에서 쫓겨난다. 스카의 지배하에서 프라이드 랜드는 황폐해지고 성장한 심바가 돌아와 스카를 내쫓고 다시 왕이 된다. 지극히 디즈니스러운 <라이온 킹 3D>는 재개봉이지만 관객을 다시 극장으로 불러모으는 힘이 있다. 유년 시절에 느꼈던 그 감동을 기억하는 성인 관객은 3D로 업그레이드된 결과물에 대한 궁금증을 쉽게 참지 못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3D의 효과는 충분히 만족스럽다. 무파사가 엄청난 숫자의 물소 떼 대열 속에 떨어져 죽음을 맞이하는 시퀸스가 대표적이다. 한스 짐머의 스펙터클한 오케스트라 음악과 함께 3D의 힘이 느껴지는 장면이다. 또 스카가 <Be Prepared>(준비해라)를 부르는 장면에서도 3D의 효과를 충분히 체험할 수 있다. 이 장면에서는 스카의 명령에 따르는 수많은 하이에나들이 단체로 등장한다.
<라이온 킹 3D>의 컨버팅 작업은 총 9개월이 걸렸다. 3D총괄책임자인 로버트 뉴먼은 ‘뎁스 스코어’(depth score) 방식의 3D를 고안해냈다. 영화에서 작곡가들이 감정적 부분을 울림있게 표현하기 위해 크고 낮은 음악을 사용하는 것과 유사한 기법이다. 영화의 스토리를 가지고 아주 낮은 감정적 파고가 있는 부분은 레벨1로, 감정이 극도로 고양된 부분이나 클라이맥스는 레벨20으로 장면마다 그 깊이를 표시한 뎁스 스크립트를 제작해 3D 작업에 활용했다. 관객쪽으로 드러나는 입체감보다는 정서적 깊이감을 부각하기 위한 선택이다. 그 결과 눈의 피로감 없는 3D를 표현할 수 있었다. 뛰어난 3D 컨버팅 기술력으로 재탄생한 <라이온 킹 3D>는 더빙판과 자막판으로 개봉한다. 더빙판에서는 17년 전 그 성우들의 목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