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여점에 희한한 컬트현상이 하나 벌어지고 있는데, 바로 ‘공주영화 신드롬’이다. 그 신드롬의 주인공은 <금발이 너무해>이다. 10대와 20대 여성들은 앞다투어 이 영화를 찾는다. 어느 정도의 배급규모와 관객 수를 토대로 비디오의 구매수량을 확정하게 마련인데, 이 영화는 대여점별로 한장이나 두장 정도만 사면 되지만 여성고객들의 성화에 못이겨 다섯장이나 들여놨다.
방학이 되면서 여자 중고등학생들까지 가세해 이 영화의 인기는 하늘을 찌른다. ‘공주병영화’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공주가 주인공인 <프린세스 다이어리>마저 출시되기 전부터 언제 나오냐고 아우성이다. 출시된 오늘, 그 즉시 모두 대여 완료되었음은 물론이다.
요즘은 ‘공주병’이란 단어 자체가 한물간 사회현상이지만, ‘공주를 꿈꾸는 잠재세력’들은 아직도 이런 식의 영화보기로 그 욕구를 해소하고 있는 듯 보인다. 게다가 공주행위에 따가운 눈총을 받는 우리네 현실보다 맘놓고 공주행위를 하는 영화의 자유로움에 동경심을 갖는 심리마저 엿보인다. 반면 남자고객들은 ‘여자가 주인공이라서 보지 않는’ 이상한 행태를 보이기까지 한다. 선호 여부가 이렇듯 확연히 드러나는 영화는 별로 없는데 말이다.
돌이켜보면 이런 현상은 이번만 그런 게 아니다.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은 출시된 지 1년이 넘었건만, 아직도 쉬지 않고 대여가 되고 있다. 심지어 원작인 스티븐 프리어즈의 <위험한 관계>까지 찾는다. 물론 그 주요층은 20대 여성들이다. 그들은 대개가 정말 예쁘고 우아한 여성들이다. 나는 이런 집단 신드롬에 우호적인 편이다.
이주현/ 비디오카페 종로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