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체인 가문의 아들 제이콥은, 인생에 특별히 즐거운 것도 부족한 것도 없는 평범한 소년. 열다섯살 되던 해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면서 제이콥의 인생이 달라진다. 할아버지는 제이콥에게 비현실적 사진을 보여준 사람이다. 머리가 없는 남자, 얼굴에 입이 두개인 남자, 거대한 바위를 한 손으로 번쩍 든 소년 등. 가짜 티가 너무 분명하게 나는, 요즘처럼 포토샵 기술이 발달하지 않은 시절의 빈티지 사진인데 할아버지는 이 사진들이 거짓이 아니라 실제로 존재하는 거라고 우겼었다. 그런 할아버지가 입에서 촉수가 나오는 괴물에게 잔인하게 살해당한다. 제이콥은 할아버지의 말이 사실인지, 괴물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 할아버지의 유년 시절을 찾아 떠난다.
책은 어렵지 않아 청소년도 손쉽게 읽을 수 있다. 묘사가 친절하고 인물들의 성격도 단순한 편이다. 이야기 패턴도 금방 파악된다. 제이콥은 할아버지가 어렸을 때 살던 웨일스 지방 섬의 어린이집을 찾아가, 이 세계와는 완전히 다른 평행세계로 이어지는 입구를 찾아낸다. 그곳에서 현실에서는 만나지 못한 사랑과 우정과 모험을 겪는다. 평범한 소년이 판타지 세계에서 성장한다는 <해리 포터>식의 이야기. 여기에 이야기 속 풍경과 인물들이 하나하나 사진으로 제시된다. 밧줄로 묶어두지 않으면 천장으로 떠오른다는 소녀처럼 특이한 아이부터, 누더기 차림에 닭 한 마리를 껴안은 소녀나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옷으로 감추고 레이스 장갑을 낀 예스런 차림의 여인 등. 이 사진들이 이 책만의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일등 공신이다. 먼지투성이 창고나 다락방을 뒤지면 나올 옛 사진이나 특이한 물건들, 빈티지 제품들에 대한 매혹이 일렁인다고나 할까. 작가의 말을 보면 처음부터 수집가들이 모은 옛 사진들을 보며 소설을 구상했다고 하니 사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소설인 셈. 그래서 문장을 뜯어보며 상상할 필요가 없는 독서를 경험하게 되는데, 보통의 독서보다 더 낫다고 할지는 모르겠다. 빈티지풍의 모험 판타지를 찾는 독자에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