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갓 태어난 아들을 카메라에 담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에서 시작되었다. 이후 그의 카메라는 가족의 테두리를 벗어나 마을을 찍기 시작했고, 그것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과의 기나긴 분쟁의 현장을 담는 역사적 기록이 되었다. 올해 암스테르담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한 에마드 부르낫, 기 다비디의 <5개의 부서진 카메라>가 담아낸 내용이다. 팔레스타인 자치구인 서안지구 빌린의 평범한 농부였던 에마드 부르낫은 갓 태어난 4번째 아들 기브릴을 영상에 담기 위해 소형 디지털카메라를 구입했다. 그런데 바로 그즈음에 이스라엘 정부가 빌린 지역에 철조망을 치고 이스라엘 주민 정착촌을 짓기 시작했다. 이는 명백한 불법이었다. 팔레스타인 개인 소유의 땅이 철조망으로 분리되자, 생계를 잇기가 어려워진 주민들은 시위를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 시위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부르낫은 기브릴을 포함한 아들들이 커나가는 과정을 카메라에 담으면서 동시에 5년간에 걸친 철조망 철거시위의 현장을 담는다. 비디오 다이어리 형식의 이 다큐멘터리는 이스라엘군이 가하는 폭력의 현장을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다. 어른은 물론 아이들까지 잡아가는가 하면, 카메라를 든 부르낫의 바로 옆에 있던 친구가 피살되는 장면도 담겨 있다. 총알이 두번이나 부르낫의 카메라를 명중하였고, 그 덕에 죽을 고비를 기적처럼 넘기기도 하였다. 부르낫이 담아낸 장면들은 TV뉴스에서는 결코 볼 수 없었던 날것 그대로의 현장의 기록이다. 빌린 마을 주민들은 금요일마다 시위를 이어갔고, 결국 이스라엘 대법원은 2007년 9월 분리철조망이 위법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후 이스라엘은 철조망을 철거하였다. 하지만 이스라엘 정부는 그로부터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콘크리트 장벽을 다시 설치하기 시작한다.
<5개의 부서진 카메라>는 역사의 기록이기도 하지만 역사적 현장을 기록하는 부르낫의 의지는 영웅신화와 닮았다. 그는 실제로 수차례 죽을 고비를 넘겼고, 수개월 동안 병원에 입원하기도 하였다. 이제는 부상의 후유증으로 노동도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꺾이지 않는 그의 강인한 의지는 ‘연대’와 ‘가족에 대한 사랑’에서 비롯되고 있다. 그는 지난 5년 동안 시위 현장을 카메라에 담아왔고, 또한 이를 마을 주민들과 함께 보면서 연대의식을 키워왔다. 이것은 그가 카메라의 역할, 다큐멘터리의 힘을 깨닫는 중요한 순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작품의 가장 인상적인 순간은 아들 기브릴이 말을 하기 시작하고, 걸어다니면서부터 참혹한 현실을 만나는 과정이다. 기브릴은 아버지를 비롯한 이웃들이 이스라엘군에 죽임을 당하고 폭력에 시달리는 광경을 보면서 증오를 키워나간다. 기브릴은 부르낫에게 이렇게 질문한다. “아빠, 왜 군인들을 칼로 죽이지 못해요?” 부르낫은 기브릴에게 늘 강한 남자가 되어야 한다고 가르쳐왔다. 하지만 그 순간 마음속에 증오만이 있는 아들이 걱정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는 이 작품을 만드는 진정한 이유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그것은 ‘치유의 수단이고 과정’이라는 것이다. 즉, 일상화된 폭력의 현장을 기록하면서 폭력이 사라져야 하는 이유를 좀더 명확하게 깨닫게 되고, 이를 모든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 작품을 선과 악 혹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라는 이분법적 시각으로만 바라볼 필요는 없다. 부르낫과 공동감독인 기 다비디는 이스라엘인이다. 또한, 이 작품은 부산국제영화제의 아시아영화펀드를 비롯한 많은 펀드와 기구들의 도움을 받아 완성되었다. 유럽연합의 시청각 지원프로그램 그린하우스-지중해 프로젝트, 얀 브리만펀드, 프랑스 <CNC> 등과 함께 뉴이스라엘 시네마 파운데이션, 이스라엘 영화진흥위원회 등도 이 작품에 힘을 보탰다. ‘반폭력’이라는 목표에는 국경이 없다. “카메라는 총보다 강하다”는 메시지보다 “카메라의 치유기능”에 대해 깨닫게 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이 작품의 새로운, 그리고 진정한 가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