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m Docu 강정>은 시작부터 기구한 사연과 함께 태어난 영화다. 2007년 해군은 제주도 서귀포시 최남단 강정마을 해군기지 유치를 공표했고, 유네스코 지정 천혜 자연지역으로 보존받아야 할 강정마을에 포클레인이 들어왔다. 4년간의 기나긴 투쟁. 양윤모 영화평론가가 단식투쟁을 하고 있다는 소식이 서울까지 들려왔고, 앙상한 몸으로 병상에서 투병 중인 그를 만나면서 카메라를 든 같은 영화인들은 마음이 움직였다. 재능기부라는 명목으로 8명의 독립영화감독이 강정을 위한 영화를 만드는 데 합의했다. 목적은 단 하나다. 일단 강정마을을 살리고 보자! 다급한 마음에 카메라를 집어든 그들. 촬영에서 완성까지 주어진 시간은 고작 100일이다. 세심하고 완성도있는 연출이라는 영화 본연의 목적만을 고집할 순 없었다. 악보 없이 하는 즉흥연주인 잼(Jam) 형식이 강정 사수를 위해 태어난 이 영화의 전략이다.
총 8편의 에피소드는 감독 각자의 방법으로 완성된 강정에 관한 소고로 이루어진다. 경순 감독은 병상의 양윤모 평론가를 찾아가 강정을 지키는 신념을 듣고, 권효 감독은 강정의 아이들에게 직접 카메라를 주고 그곳의 아름다운 풍광을 기록해 그것으로 한편의 뮤직비디오를 완성한다. 모자이크된 화면엔 마을에 닥친 위기를 알릴 수 있는 강정 곳곳의 풍경이 기록된다. 별다른 이음새나 편집 기술과는 거리가 멀지만 영화는 이 투박한 연출에 기승전결의 묘를 발휘한다. 중반에 들어서면서 강정의 문제가 단순하지 않다는 좀더 실질적인 접근을 하게 될 것이다. 지난한 투쟁의 과정, 마을 사람들끼리 해군기지 건설을 두고 찬성과 반대로 등을 돌렸고, 최하동하 감독은 이를 마주 보는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두 주인의 반목을 통해 들려준다.
역사와 자본, 안보와 평화, 토건 개발과 환경 보존이 충돌하고 각자가 입장을 달리하는 강정의 현재는 뭉뚱그려 기록될 수 없는 사안이다. 이제 이 지루한 싸움이 끝나기만을 바라는 주민들에게 카메라를 든 감독들은 곧 마을을 떠날 사람들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단순히 ‘으!’할 문제는 아니라는 걸, 8명의 감독은 현장에 뛰어든 뒤 절감한다. <Jam Docu 강정>은 그 고민의 흔적까지 고스란히 기록하지만 결국 자신의 궤도를 수정하지는 않는다. 핵심은 성미산 마을 주민들의 투쟁을 강정마을 주민들의 사투와 연결시킨 홍형숙 감독의 에피소드에서 찾을 수 있다. 어디까지나 그들이 강정을 스크린에 옮기는 목적은 강정의 존재 이유를 지지하기 위해서라는 확인. 강정이라는 특수지역은 곧 개발과 성장의 신화를 위해 파괴되어가는 새만금과 부안, 4대강이라는 우리 국토의 다른 이름이다. 세계7대경관에 선정되기 위한 낯뜨거운 해프닝을 벌이면서도, 막상 제 앞바다의 아름다움을 파괴하는 이율배반적인 정책을 시행하는 제주시에 대한 매서운 펀치라인. 그래서 단 한명이라도 더 빨리, 더 많이 보고 알아주기를 바라는 투쟁의 또 다른 방식이다. 그들의 웅변에 눈물짓다가, 영화 속 아이들이 만든 포클레인 소리에 번쩍 정신이 드는, <Jam Docu 강정>은 그런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