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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남자가 펼치는 자신과의 뜨거운 승부 <퍼펙트 게임>
김성훈 2011-12-21

우리는 이 영화의 결말을 잘 알고 있다. 최동원과 선동열. 선동열과 최동원. 한국 프로야구사 최고의 두 투수가 1987년 맞붙었다. 그전까지 두 선수의 맞대결 전적은 1승1패. 1986년 4월19일 사직에서 열린 첫 대결에서 선동열은 개인 통산 첫 번째 완봉승을 따내며 최동원에게 1실점 완투패를 안겼고, 정확히 4개월 뒤인 8월19일 사직에서 최동원은 2 대 0 완봉승을 올리며 선동열에게 비자책 2실점 완투패를 선사했다. 1987년 물러설 수 없는 세 번째 대결에서 두 선수는 연장 15회까지 각각 200개가 넘는 공을 뿌리며 나란히 2실점했다. 결과는 2 대 2 무승부. <퍼펙트 게임>은 아직도 프로야구 팬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황금팔 두 투수의 명승부를 스크린에 불러들인 작품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고는 하나 <나는 갈매기> 같은 다큐멘터리는 아니고, <머니볼>처럼 사실과 픽션을 조합하는 솜씨가 깔끔한 영화는 더더욱 아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재미있다면 그건 아마도 두 투수를 연기한 조승우, 양동근의 공일 것이다. 그것은 두 배우가 자신이 맡은 투수의 투구 폼을 최대한 사실적으로 재현했기 때문이 아니다. 고지식한 면이 없지 않지만 야구와 승부를 위해서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하는 최동원, 게으른 천재형이지만 평소 흠모하는 선배 최동원을 이기기 위해 손가락 살집이 갈라지는 고통도 이겨내려는 선동열, 닮은 점이라고는 하나도 찾아볼 수 없는 두 남자가 상대를 밟기 위한 싸움이 아닌 자신과의 뜨거운 승부를 힘겹게 벌이는 모습이야말로 <퍼펙트 게임>의 재미이자 매력이다. 그것은 야구팬이 아니더라도 이 영화를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인사동 스캔들>(2009)을 연출한 박희곤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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