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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가 해낼 수 있는 스펙터클의 최전선을 보여주는 전쟁 시퀀스 <마이웨이>
김도훈 2011-12-21

고집스러운 제목이다. 프랭크 시내트라의 노래가 떠오를 수밖에 없는 <마이웨이>라는 제목 말이다. 강제규 감독이 이 진부한 제목을 선택한 이유는 영화를 보면 납득 가능해진다. <마이웨이>는 오로지 ‘마이 웨이’를 걷는 주인공을 다루는, 강제규의 ‘마이 웨이’가 느껴지는 영화다. 1938년의 경성의 마라톤대회에서 두 남자가 맞붙는다. 어린 시절부터 애증을 키워온 두 남자는 조선 청년 준식(장동건)과 일본 청년 타츠오(오다기리 조)다. 준식이 대회에서 타츠오에게 부당하게 1위를 빼앗기자 작은 폭동이 일어나고, 가담한 조선 청년들은 모조리 일본군에 강제 징집된다. 그로부터 1년 뒤에 준식은 일본군 대위가 된 타츠오를 다시 만난다. 둘은 소련군에게 잡혀 시베리아 수용소에 갇히고, 살아남기 위해 공산주의자로 전향해 독일군과 싸우고, 독일군이 되어 노르망디 해변에서 재회를 한다.

강제규 감독은 자신감이 넘친다. <태극기 휘날리며>로 수백억짜리 전쟁영화를 만든 경험이 있는 그는 제공받은 물량을 어떤 식으로 사용해야 할지 잘 안다. 세번의 전쟁 시퀀스는 지금 한국영화가 해낼 수 있는 스펙터클의 최전선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강제규 감독은 준식에게 스펙터클만큼의 감정의 분출을 허락하지 않고, 이는 영화의 감정이 절정에 도달하는 걸 막아세운다. 준식은 하나의 캐릭터라기보다는 인간의 표준 윤리를 재료로 빚어놓은 어떤 기능적 모델처럼 느껴진다. 오히려 영화의 절정은 중반부에 삽입된 시베리아 수용소 시퀀스다. 생존과 윤리 사이에서 갈등하는 종대(김인권)가 진정한 주인공인 이 시퀀스는 어쩌면 <마이웨이>가 걸어야 했던 길이 바로 이 길이었음을 보여준다. 스펙터클과 로케이션에 빛을 빼앗기지 않는 인간의 드라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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