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퀘벡의 히트작이 나왔다. 올해 토론토국제영화제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된 여성감독 안 에몽의 <한밤중에>(Nuit #1)다. 이 영화는 하룻밤의 사랑이라는 친숙한 소재를 다룬다. 주인공인 클라라와 니콜라이는 우연히 만나서 니콜라이의 아파트에서 함께 밤을 보낸다. 그들이 사랑을 나누는 영화의 첫 시퀀스는 에로틱하고 솔직하다. 우리는 육체적인 수수께끼라고 할 수 있는 첫 경험의 서툰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들은 서로에 대해 잘 모른다. 우리도 그들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둘의 관계는 클라라가 작별 인사 없이 몰래 나가려다 니콜라이에게 잡히면서부터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한다.
두 낯선 이는 냉랭하게 옷을 다시 입고 대화를 시작한다. 니콜라이는 클라라와 같은 현실적인 여성을 냉정하게 비판하기 시작한다. 클라라는 니콜라이가 그녀가 남아 있어야 할 이유를 납득시켜주기를 원한다. 남녀는 날이 밝을 때까지 난폭하면서도 솔직한 독백 형식의 이야기를 나눈다. 안 에몽 감독은 단 하룻밤 사이에 벌어지는 관계에 대한 우화를 마치 춤을 안무하듯이 진행시킨다. 특히 기억에 꼽히는 장면은 두 주인공이 자진해서 타인은 이해하기 힘든 자신들만의 어두운 세계에 대해 대화를 나눌 때다. <한밤중에>의 가장 큰 매력은 이처럼 관객을 향해 들려주는 구체적이라고 할 만한 솔직함이다.
어떤 면에서 <한밤중에>는 오로지 배우들에게만 집중하고 달려가는 영화다. 카메라는 그들의 미묘한 표정과 행동을 세심하게 담아내는 데 성공한다. 안 에몽 감독은 이런 작은 장면의 조각들을 하나씩 모아가면서 사랑과 삶에 대한 통찰력을 발휘한다. 몬트리올 출신의 안 에몽 감독은 퀘벡대학에서 영화를 공부했고, <한밤중에>는 그녀의 장편 데뷔작이다. 추후 여러 나라에서 상영될 예정인 <한밤중에>는 12월16일부터 몬트리올에서 재상영에 돌입했다.
그저 필사적으로 찍었다
<한밤중에>에서 클라라를 연기한 배우 캐서린 린
-<한반중에>는 육체적인 노출은 물론 심리적인 노출도 많다. 어떠한 점에서 이렇게 도전적인 시나리오를 고르게 된 건가. =나는 도전이 좋다. 감독과 제작자에게도 도전이었을 것이다. 시나리오를 읽었을 땐 마치 보석을 발견한 것 같았다. 하지만 영화가 너무 급하게 촬영되는 듯싶었다. 그래서 촬영 전에 좀 방어적으로 멈칫한 순간이 있었다. 결국 감독의 열정과 용기있는 모습에 두려움이 사라져서 촬영에 임할 수 있었다.
-촬영은 어땠나. =대본에 적혀 있는 수많은 대화들을 보며 세심하게 나의 경험을 토대로 연습했다. 그래서 자연스러운 연기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섹스장면을 촬영하기 전에는 좀 고민을 했다. 하지만 그 장면이 어떻게 편집될지를 알고 나니 괜한 고민이었다 싶더라. (웃음)
-이 역할이 당신 경력의 전환점이 되었다고 생각하나. =글쎄. 이런 영화로 얻게 될 영향력을 측정하기란 어렵다. 또 퀘벡 문화권의 윤리적 개념이 정확히 어떤지 잘 모르겠다. 섹스장면은 여전히 충격일까? 잘 모르겠다. 어쨌거나 이 영화는 대담하고 아름답다. 그저 나는 이 영화를 만들기 위해 필사적이었다, 라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