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부 들어설 때 이름을 그냥 ‘이명박 정부’라고 했던 게 생각난다. 말잔치 없이 실용적으로 가겠다는 뜻처럼 풀이했는데, 그만한 작명 실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여겼다. 인수위원장이 영어몰입교육을 앞세우며 ‘어륀지’ 운운할 때에야 어렴풋이 알아봤다. 이들은 개념이 없었던 것이다. 실력 없고 개념 없는데다 욕심까지 많은 이들이 중요한 자리를 꿰찼다면? 임기 막판, 물 새는 낙동강 보 막듯이 땜질 처방이 쏟아진다. 한창 일할 사람들은 일자리를 못 구하고 중늙은이들이 질낮은 생계형 일자리를 찾아 헤매는 상황에서 단순 수치를 들이밀며 ‘고용대박’이라고 이름붙인다. 물가가 계속 치솟자 많이 오른 품목들을 아예 제외하고 셈하는 창조적인 방식으로 물가상승률을 낮춘다(그렇게 짜게 잡고도 그렇게 넉넉히 잡은 경제성장률을 웃돌다니. 좀더 창의력을 발휘해봐봐). 해마다 6천억원 이상이 들어가는 4대강 유지비는 이리저리 예산을 찢고 감춰 3분의 1 수준으로 제시하고는, 뒤에서 그 돈을 조달하기 위해 각종 목적세 신설이나 사용료 징수, 위기탈출 바이블로 써먹는 민간위탁, 심지어 수돗물 민영화 카드까지 만지작거리며 돌려막기를 궁리 중이다. 해마다 6천억원이면 국공립대 등록금을 절반으로 낮출 수 있는 금액이다. 학생 100만명에게 무상급식을 할 수 있는 돈이다. (한나라당 서민특위 계산법으로도) 밥 굶는 국민에게 정부가 꾸준히 대줄 수 있는 쌀값이다. 실리콘 따위론 절대 막아지지 않는 이 거대한 ‘누수’ 앞에서 토건정부라는 표현마저 무색하다. 한탕 해먹고 튀는 떴다방 정부가 마땅하다.
내년에(야) 불출마하겠다는 형님을 비롯해 정권의 윗분들과 친구들은 설령 검찰 조사를 받은들 대차대조상 남는 장사를 했겠지만(론스타를 왜 그리 비호했는지 알 것도 같다. 롤모델에 대한 오마주겠지), 빚은 고스란히 국민 몫이다. 4대강 사업 자금 조달을 맡은 수자원공사의 빚이 3년 새 500억원에서 10조원으로 폭등한 모습이 남의 일 같지 않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인 사이에 ‘혼외관계 청산’ 열풍이 분다던데, 삶을 뒤흔드는 엄청난 재난을 겪으며 사람들이 정신을 차린 것처럼 이야기가 오간다. 불안에 따른 경쟁심리를 동력으로 출범한 정부가 남긴 것은 온통 빨간 체납 딱지들이다. 더 큰 불안이다. 단지 뒤처질지 모른다는 불안이 아니라 생존이 의심스러운 불안이다. 막대한 빚더미 앞에서 골이 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