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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토리얼] 뭣부터 볼지 참 애매합니다잉
문석 2011-12-19

극장가가 가장 붐비는 시즌은 연말과 연초다. 전체적으로 보면 기간이 긴 여름 시즌이 겨울 시즌보다 규모가 크겠지만 연말, 연초의 응집된 관객 동원력은 넘어설 수 없다. 크리스마스와 신년 맞이에 나선 어마어마한 인파가 쇼핑몰과 레스토랑을 거쳐 흘러가는 종착역은 대체로 극장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경쟁도 치열하다. 올해 또한 예외는 아니다. 할리우드영화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이 한주 먼저 치고 나가고 한국영화 <마이웨이>와 <퍼펙트 게임>, 또 다른 할리우드영화 <셜록 홈즈: 그림자 게임>이 크리스마스를 맞아 개봉하는 형국이니 무게감이 장난 아니다. 게다가 시사회를 마친 시점에서 이들 ‘빅4’의 파워가 하나같이 만만치 않다는 반응이니 연말 극장가의 경쟁은 꽤 뜨거울 전망이다.

아무래도 우리 입장에서 관심이 가는 건 한국영화 두편의 대결이다. 강제규 감독의 복귀작 <마이웨이>는 소문난 대로 거대한 스펙터클이 두드러지는 영화다. <은행나무 침대> <쉬리> <태극기 휘날리며>를 통해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역사를 생생하게 써온 그는 이번 영화를 통해 물량과 규모의 수준을 한 단계 이상 끌어올렸다. 그가 스펙터클에 이토록 공들인 건 거대한 역사의 해일에 쓸려간 인간들의 비루한 운명을 강조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가 끝난 뒤에도 여전히 스펙터클이 더 커다란 잔상을 남기는 것을 보면 ‘노르망디의 한국인’이라는 실화 자체의 드라마틱하고 장구한 스토리가 영화에 충분히 용해되지 못한 듯 느껴진다.

<퍼펙트 게임>은 1987년 열렸던 최동원과 선동열의 세 번째 맞대결 하나에 초점을 맞춘다. 이 영화는 한국 프로야구 ‘레전드’의 대결을 놓고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한다. 전성기를 넘겼지만 ‘일구일생 일구일사’(一球一生 一球一死)라는 스승의 가르침을 간직한 최동원은 그라운드에서 불새처럼 타올라도 좋다는 듯 결사적으로 임하고, 그동안 설렁설렁 경기에 임했던 선동열은 이 승부를 통해 모든 것을 걸어야 완성된 야구선수가 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한치 성장한다. 그건 이미 야구를 넘어선 삶의 근본 문제이다. 맞대결 이외의 곁가지들이 너무 산만하고 어수선해 가끔 길을 잃게 된다는 것이 큰 단점이긴 하지만.

흥미롭게도 두 영화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두 남자의 운명적인 대결을 그린다는 점이 그것이다. <마이웨이>의 두 남자는 마라톤 대결로 시작해 일본군 부하와 상관으로 대립하다가 서서히 형제 이상의 관계를 맺는 반면, <퍼펙트 게임>의 두 남자는 하나의 팀(국가대표)에서 뛰면서 선배와 후배의 연을 맺지만 프로야구에서는 자신이 속한 팀을 대표해 정면으로 대립각을 세우게 된다. 그리고 그 대립은 ‘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는 쪽이 아니라 ‘너와 내가 최선을 다할 때 너도 나도 산다’는 쪽에 가깝다. 어쩌면 <마이웨이>와 <퍼펙트 게임>도 이번 연말, 연초 시즌에 그런 ‘윈윈 게임’을 펼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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