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의 유령: 25주년 특별공연>은 지난 10월 런던의 로열 앨버트홀에서 열린 기념공연의 실황을 담은 작품이다. 영화는 공연 전 극장을 메운 관객의 웅성거림부터 뮤지컬 공연이 끝나고 커튼콜이 이어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세 시간가량의 긴 러닝타임 동안 현장의 열기를 세심히 담아낸다. 오케스트라를 2층 높이에 위치시키고 스크린 등을 활용해 무대장치를 간소화했기 때문에, 전체적인 세트가 기존 공연과는 다른 갈라쇼의 느낌을 주기도 한다. 샹들리에가 추락하는 하이라이트 장면 또한 연출되지 않아 아쉬움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여전히 화려한 볼거리들은 많고, 세 주연배우의 앙상블 또한 좋다. 특히 크리스틴 역의 사에라 보게스는 특유의 청아한 음색으로 단연 돋보이는 활약을 보여준다.
실황 영상의 장점 중 하나는, 현장의 관객이 포착하기 어려운 디테일들도 클로즈업으로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크리스틴과 팬텀(라민 카림루)의 듀엣처럼 인물들의 감정이 집중되는 대목에서는 보다 극적으로 정서를 전달하는 반면, 여러 명의 등장인물들이 얽히는 신에서는 무대 위의 요소들을 한꺼번에 드러내지 못해 재미를 다소 반감시킨다. 화면 속 분장과 마이크가 도드라지기는 하지만 특별히 몰입을 방해할 정도는 아니다. 오히려 마이크 위로 팬텀의 눈물이 떨어지는 마지막 대목에서는 배우의 벅찬 감정까지 전달되어 감동을 더한다. 이번 공연 실황의 가장 큰 보너스는 커튼콜이다.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직접 등장해 제작진과 오리지널 캐스트를 소개하며 지난 세월을 소회한다. 1대 크리스틴인 사라 브라이트만과 역대 팬텀들이 함께하는 깜짝 공연도 있다. <오페라의 유령>을 아끼는 팬들에게는 반가운 선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