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아이들은 건넛집에 사는 밥(성룡) 아저씨가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냥 이웃이면 모를까 이혼하고 혼자 사는 엄마와 결혼을 하겠다고 나선 인물이니 더 그렇다. 아이들은 평범하다 못해 따분하게 느껴지고 마냥 착하게만 보이는 밥에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 그럴 즈음 아이들의 엄마가 며칠간 집을 비워야 하는 일이 생기자 밥이 그사이에 아이들을 맡겠다고 나선다. 밥은 아이들과 친해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려고 갖은 수를 다 써보지만 별 효력이 없다. 아이들은 뭔가 더 근사한 엄마의 남자친구 혹은 새아빠를 원한다. 이를테면 만화나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스파이 같은 직업을 가진 아빠라면 좋을 일이다. 그런데 실은 밥 아저씨의 숨겨진 직업은 CIA 요원이다. 은퇴해 조용히 살아가려던 밥이 다시 일에 휘말리게 되고 아이들도 사건에 함께 뛰어들게 된다.
성룡의 할리우드영화라고 할 때 대개 두어 가지 기대치를 갖게 마련이다. 액션과 코미디에 대한 기대치. 물론 이 영화는 액션영화다. 다만 강도와 새로움 면에서 본다면 답습이며 대역도 눈에 띄게 많다. 성룡은 새로운 액션을 구가할 육체의 나이를 이미 지났다. 귀엽고 유머러스한 성룡식 코미디 역시 시도되고 있지만 어른 관객의 눈에 이 점도 그다지 유별나 보이진 않는다. <스파이 넥스트 도어>는 성룡이 새로워지기보다는 성룡의 영화를 보는 관객의 층위를 바꿨다는 인상을 준다. 이 영화는 성룡을 주인공으로 한 키드무비다. 어른에게는 유치해 보이는 영화지만 스파이도, 그 어떤 모험담의 주인공도 되지 못한 어느 평범한 아빠가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할 마음으로 이 영화를 같이 보겠다면 말릴 이유는 없다.